"한메일 오류 발생 당시 내 계정에 접속했더니 진보신당 당원 메일함이 보이더군요. 메일 제목만 봐도 중요한 사항인지 바로 알겠던데….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이 낮다는 다음의 해명은 이해가 안 되네요. "(아이디 ira) "시스템이 복구된 뒤 접속해 보니 여러 편지함에 나눠져 있던 메일 400여개가 다 휴지통으로 들어가 있었습니다. 누군가 내 메일을 보고 하나 하나 삭제했다는 건데 기분이 정말 찜찜하네요. "(아이디 magician)

포털사이트 다음이 운영하는 한메일에서 지난 22일 로그인 오류로 개인 정보가 대거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한 것과 관련,한메일 가입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자신의 개인 정보가 제3자에게 노출됐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빠진 네티즌들로부터 다음의 무책임한 개인정보 관리 행태와 안이한 사고 대응에 대한 비난이 잇따르고 있다. 다음은 23일 오전 4시께 공식 사과문과 사고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았지만 네티즌들의 반발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소비자단체의 집단소송 움직임도 있어 이번 사고의 파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날 이번 사고로 개인정보 유출이 이뤄졌는지 등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다음 측의 기술적 조치 미흡 탓으로 빚어진 것이 확인된다면 관련 법에 따라 제재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피해 규모 아직 파악 안 돼

다음은 이날 공지 사항을 통해 "메일 서비스 장애로 많은 불편을 끼쳤다"며 "이번 장애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고 한메일 가입자들에게 공식 사과했다. 사고재발 방지 대책도 함께 발표했다. 우선 이번에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던 로그인 오류와 관련,여러 단계의 안전 장치를 마련하는 등 시스템을 정비키로 했다. 개발 프로세서 및 기술 품질평가 시스템,서비스 장애감지 시스템 확대 방안도 내놨다.

하지만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정확한 피해 규모와 피해보상 방법에 대해선 아직 구체적인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다음 관계자는 "사고 당시 메일 시스템에 접속한 회원 수가 많아 피해 사례 집계에 좀 더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전했다.

사고 당시 한메일에 접속해 있던 55만명의 이메일 계정을 일일이 검사해 다른 사용자의 접속 여부를 확인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피해에 대해 보상 등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거세지는 네티즌 반발

다음 측의 사과와 피해 보상 검토 방침에도 불구하고 네티즌들의 반발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메일 제목만 누출됐다는 다음 측의 공식 해명과는 달리 메일 본문이나 첨부 파일 등도 볼 수 있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아이디 '눈물젖은 통조림'은 다음의 사과문에 댓글을 달아 "메일 제목만 노출됐다고 하는데 그럼 어제 그 시간에 내가 열어 본 메일은 헛것을 본 거냐"며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다음 측의 사과가 미흡하다는 반응도 많았다. 아이디 'glory'는 "이 사건이 뉴스에도 나왔는데 사과문은 한 편 구석에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해 놓았다"며 "정말 사과하고 싶은 건지 감추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소비자시민모임은 이번 사태로 인한 개인정보 피해 사례를 접수하고 있다. 소비자시민모임은 이메일 및 첨부 자료 등이 공개된 피해자들을 모아 집단 소송을 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부장은 "집단 소송 또는 피해 네티즌들의 사생활 침해에 대한 개별 소송을 위해 변호인 측과 법률적인 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정호/안정락/민지혜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