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대표하는 오케스트라인 KBS교향악단이 오는 23~24일 열릴 619회 정기공연 연주 예정곡을 느닷없이 바꾸기로 했다.

당초 연주하기로 했던 말러 교향곡 9번 대신 브람스 교향곡 제 4번과 베토벤의 에그몬트 서곡을 들려줄 계획이다.

지난 9일 제 618회 정기 연주회에서도 프랑스 작곡가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을 예정곡으로 잡아놨다가 공연 당일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8번을 연주한 데 이어 이달 들어 벌써 두 번째다.

클래식 공연에서는 적어도 1년 전에 연주 프로그램을 확정하는 것이 관행이다. 천재지변이 아니라면 뜬금없이 연주곡을 바꾸는 것은 비상식적 일에 속한다.

KBS교향악단이 밝힌 연주 곡목 변경 이유는 30여명의 객원 연주가를 동원해야 하는 상황에서 질 높은 연주를 하기 어렵다는 것.

연주시간이 85분 안팎에 이르는 말러 교향곡은 120여명의 연주가가 필요한 거대편성의 곡이어서 현재 KBS교향악단의 구성으로는 좋은 연주를 들려주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한심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KBS교향악단은 2004년 말 이후 상임 지휘자 없이 운영되고 있고,단원들은 끊임없이 상임 지휘자 선발과 함께 단원 충원을 요구해 왔다.

이를 위해서는 20억원가량의 예산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한다. 이에 대해 교향악단 운영권을 가진 KBS 경영진은 지난해 60여억원의 적자를 낸 상황이어서 상임지휘자 선발이나 단원 충원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대신 재단법인화에 성공한 서울시향처럼 KBS교향악단도 법인화하거나 운영권을 정부로 이관할 것을 주장한다.

그러나 재단법인화는 교향악단이 반대하고 있어 쉽게 이뤄질 것 같지 않다. 더구나 서울시향이 재단법인으로 성공한데에는 '이팔성 사장,정명훈 예술감독'이라는 든든한 버팀목이 있었으나 이 같은 인물을 영입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문제는 내부갈등이 관객에 대한 의무소홀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유야 어떻든 공공성을 가진 KBS교향악단이 연주예정곡을 공연 직전 갑자기 바꾸는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것을 너그럽게 봐줄 관객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박신영 문화부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