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강지처(糟糠之妻)란 함께 고생한 아내다. 중국 후한(後漢) 광무제가 과부 누이를 시집 보낼 요량으로 "지위가 오르면 친구,부유해지면 아내를 바꾼다는데"라며 떠보자 송홍이 "옛친구는 잊으면 안되고,지게미와 쌀겨를 먹던 아내는 안내보낸다고 들었다"고 답한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칠거지악' 운운하던 조선시대에도 조강지처는'부모의 삼년상을 지낸 처,보내도 의지할 곳 없는 처'와 함께 절대 쫓아낼 수 없는 '삼불거(三不去)'에 속했다.

조강지처를 버리면 장형 80대의 벌에 처하고,양반의 경우 조강지처와 헤어지려면 임금의 허락을 받아야 했다는 마당이다.

지금은 여자 쪽 이혼 요구가 더 많다지만 그래도 조강지처로 살기가 쉽지 않아서인가. SBS TV 주말극 '조강지처클럽'이 인기다.

구박받던 본처의 화려한 변신과 생활력을 바탕으로 의사 남편을 내친다는 설정 등이 주부들의 마음을 잡아서인지 높은 시청률 덕에 50회 예정분이 104회로 늘어났다. 밤 10시대 드라마가 1년이나 방송되는 셈이다.

얘기의 축은 바람난 남편을 둔 세 여성의 삶이다. 어머니는 이혼하지 않고 첩과 형님 아우 하며 살다 남편이 하반신 마비가 되자 불러들인다.

며느리는 집을 나간 뒤 취직,직장상사인 연하남의 구애를 받는다. 딸은 뒷바라지한 의사 남편이 속을 썩이자 이혼,새로운 사랑을 일군다.

드라마가 현실적이기를 기대하는 건 무리다. 그러나 경력이라곤 없던 아줌마가 부자 총각의 헌신적 사랑과 후원으로 졸지에 주목받는 커리어우먼이 된다거나 "냄새 난다"(생선장수라서)며 바람 피우고 집을 떠났던 의사 남편이 이혼한 아내에게 재결합하자며 애걸하는 설정 등은 작위성이 지나치다.

폭언과 모욕을 참던 아내들의 탈바꿈에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건 자유다. 그러나 국내 여성근로자의 월 평균임금은 158만원.그것도 상용직일 때다. 77%는 주당 40시간 이상 근무한다. 의류판매원이 와인 이름을 줄줄 꿰고 툭하면 사적인 일로 자리를 비워도 괜찮은 건 드라마에서 뿐이다. 극과 현실은 다르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