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로 온 나라가 조용한 날이 없다. 한우사육농가의 고사(枯死)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은 반면에 양돈농가는 반사이익을 누리며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는 듯하다.

실제로 축산물등급판정소가 발표하는 돈육 대표가격을 보면 지난 1월 평균 ㎏당 2679원에서 6월 현재 평균 4885원으로 82%나 폭등했다. 겉으로는 양돈농가에 높은 수익을 안겨주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알고보면 양돈농가 역시 폐사율 증가,분뇨처리의 어려움 등으로 위기에 처해있다. 사료값도 폭등해 작년부터 20% 이상의 양돈농가가 폐업ㆍ도산하고 있다. 게다가 국내 양돈산업은 2014년부터 무관세로 인한 완전 자유경쟁체제로 들어서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증권선물거래소가 돈육 가격변동에 대한 위험관리를 가능하게 하는 돈육선물시장을 21일 개장한다고 한다.

국내 양돈산업은 2006년 기준 생산액이 약 3조6000억원으로 전체 농축산물 생산액에서 쌀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1990년대 후반 수입개방과 외환위기 등을 겪으면서 대형화ㆍ전업화가 진전되고 양돈농가의 경영기법도 선진국 못지않게 향상됐지만 가격위험관리는 미흡한 상황이었다. 출하가격의 변동에 대한 위험에 사실상 무방비로 노출돼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돈육선물 거래를 이용하게 되면 양돈농가는 돈육 가격의 하락위험에서,육가공업체 등은 돈육 가격 상승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예를 들어 돈육 가격 하락을 우려하는 양돈업자는 원하는 가격에 돈육선물을 미리 팔면 된다. 실제 돈육 가격이 하락한다면 현물돼지 출하시 손해를 보지만 미리 팔아둔 돈육선물에서 이익을 보게돼 손익을 상쇄하면 당초 기대한 가격에 판매한 것과 동일한 효과를 얻게 되는 것이다.

농축산물의 가격변동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해외에서 보편화된 농축산물 선물거래가 이제야 도입돼 뒤늦은 감이 있지만 돈육선물을 이해하고 적절히 활용한다면 우리 양돈산업 발전의 전환점이 될 것이다.

다만 양돈농가의 돈육선물 거래 참여는 돼지 가격 변동에 대한 위험회피 수단으로 접근해야 한다. 자신의 사육두수 능력을 벗어난 투기적 참여는 모험이 될 수 있고,돼지고기 현물을 생산하는 양돈농가의 올바른 입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김동환 대한양돈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