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32.요미우리 자이언츠)이 일본프로야구에 진출한 2004년 이후 프로야구 홈런과 타점 타이틀은 매년 주인이 바뀌는 춘추전국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그만큼 이승엽에 필적할 절대강자는 물론 꾸준한 성적을 남기고 있는 이가 없다는 방증이다.

베이징올림픽에 나서는 김경문 야구대표팀 감독이 이승엽에게 크게 기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올해의 주인공은 올림픽 대표팀에서 아쉽게 탈락한 김태균(26.한화)이다.

그는 17일까지 80경기에서 80타점, 홈런 26방을 터뜨리고 양 부문 선두를 공고히 했다.

타점 2위 그룹 김동주(두산).카림 가르시아(롯데.이상 66타점)보다 14개나 많고 홈런도 2위 가르시아보다 5개 더 쳤다.

슬럼프를 피해 지금 정도만 유지한다면 생애 처음으로 2관왕을 노려볼 만하다.

시즌 내내 잔 부상 탓에 컨디션이 썩 좋은 상태가 아니나 김태균은 "욕심을 버린 탓인지 더 집중하게 된다"며 상승세를 설명한다.

2001년 프로데뷔 후 '포스트 장종훈'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그가 8년 만에 비로소 프로야구 간판 타자로 우뚝 선 것이다.

반면 2006년 타격 3관왕을 차지하며 화려하게 등장한 이대호(26.롯데)는 파워는 여전하나 상대의 집중 견제와 슬럼프가 맞물리면서 타율이 0.330대에서 0.285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홈런왕과 타점왕에 오른 심정수(33.삼성)는 왼쪽 무릎을 수술하고 일찌감치 시즌을 접었다.

이승엽 '1인 천하'에서 군웅이 돌아가며 할거하는 양상을 팬들은 즐겁게 생각할지 모른다.

새 얼굴도 등장해 경쟁이 도리어 치열해져 한국 야구 체질이 강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꾸준하게 성적이 나아지는 타자가 없다는 게 문제다.

이는 한국 야구가 자신있게 내세울 수 있는 거포 계보가 단절되는 현상으로 이어진다.

이대호가 분명 훌륭한 타자이나 그 기세는 3년을 채 못 가고 있다.

김동주와 심정수는 30대 중반으로 치닫고 있고 거포 유망주는 성장이 더디다.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타이론 우즈(주니치 드래곤스)와 이승엽이 화끈한 대포 경쟁을 벌였던 때만큼 강력한 라이벌 관계가 없다는 점도 아쉬운 점이다.

타격 지도에 일가견이 있는 김성한 MBC ESPN 해설위원은 "홈런과 타점 타이틀은 그런 기량과 잠재력을 갖춘 선수가 별로 없기에 선수 몇몇이 돌아가며 차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타자인 장성호의 경우 꾸준히 타율 3할을 때리지 않나.

'타격에 눈을 뜬' 타자들은 성적이 올라가지 갈수록 내려가거나 정체하지는 않는다.

그런 점에서 거포 중 타격에 눈을 뜨거나 타격감이 정점에 올라온 이는 아직 없다"고 냉정하게 평했다.

김 위원은 "어렸을 적부터 천편일률적인 타격 자세를 배우는 것도 문제다.

창의적으로 자신의 몸에 맞게 스윙 자세를 고칠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