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생애 가장 큰 무대에서 휘슬을 불게 돼 영광입니다. 대한민국을 대표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컨디션을 최상으로 끌어올려 정확하고 공정하게 심판을 보겠습니다"

한국 축구 국제심판으로는 유일하게 2008 베이징올림픽 주심으로 나서는 여자 주심 홍은아(28)씨는 어깨가 무겁다.

국내에 있는 국제심판 25명 중 혼자만 베이징올림픽 주심을 맡은 데다 올림픽 축구 여성 주심 12명 중 가장 나이가 어리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난해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여자 월드컵 때 주심 후보로 뽑히고도 마지막 단계에서 아깝게 탈락했던 아픔이 있었기에 지구촌 최고의 스포츠 축제 무대에 서는 기쁨은 크다.

홍은아 심판은 최근 베이징으로 가는 마지막 관문이었던 체력 테스트를 너끈하게 통과했다.

영국에서 유학 중인 홍 심판은 아시아축구연맹(AFC)의 배려로 말레이시아까지 가지 않고 국제축구연맹(FIFA) 본부가 있는 스위스 취리히에서 유럽축구연맹(UEFA) 심판들과 함께 체력 테스트를 받았고 단거리 스피드에선 우수한 성적을 냈다.

친구인 가나 출신 스프린터 코치의 특별지도를 받은 덕이다.

홍 심판은 오는 31일 베이징으로 이동해 5일 정도 직무 교육을 받은 뒤 주심을 맡을 경기를 배정받는다.

한국 여자축구가 올림픽에 나오지 못한 게 아쉽지만 칼날 같은 판정을 내리겠다는 각오다.

이화여대를 졸업한 홍 심판은 2003년 1월 국내 여성으로는 최연소로 국제축구연맹(FIFA) 심판 자격을 취득했고 2004년 FIFA 19세 이하(U-19) 세계여자청소년선수권대회를 시작으로 2006년 U-20 세계여자청소년선수권과 그해 도하 아시아게임에서 주심을 맡아 명쾌한 판정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는 2005년 9월 영국으로 유학을 떠나 러프버러대학에서 스포츠정책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고 주말에는 남자 세미프로리그 심판으로도 활동했다.

대학에서 학부생을 대상으로 올림픽 관련 세미나를 주도하며 베이징행 꿈을 키워왔던 그는 "5월에는 베트남 호찌민을 찾아 아시안컵 3-4위전 일본-호주 경기를 보고 왔다"면서 "올림픽이라서 부담이 없는 건 아니지만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종전에는 FIFA가 백태클과 시뮬레이션 등을 강조했지만 이번에는 상대 선수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팔꿈치 가격에 더욱 신경을 쓰는 것 같다.

선수들의 고의적인 파울에는 휘슬을 주저하지 않고 불 생각"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chil881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