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하는 첫 시즌 즐거워…단순하게 가운데로 치는 데 집중" [강혜원의 골프플래닛]
프로 20년차 박희영(36)에게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특별한 시즌이다. 지난해 1월 ‘엄마’가 된 이후 제대로 소화하고 있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첫 시즌이기 때문이다. 최근 만난 박희영은 “아직은 연습량이 부족하고 근육도 많이 빠져 불안정한 상태지만 쇼트게임 감이 조금씩 돌아오고 있다”며 “아직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지만 아이와 함께하는 시즌이라 새로운 즐거움이 있다”고 말했다.

LPGA에서 투어 활동과 육아를 병행하고 있는 박희영.  /강혜원 제공
LPGA에서 투어 활동과 육아를 병행하고 있는 박희영. /강혜원 제공
개인 통산 7승의 박희영은 전형적인 엘리트 골퍼다. 간결하면서도 파워 넘치는 스윙은 선수들 사이에서도 닮고 싶은 스윙으로 꼽힌다. 2004년 아마추어로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하이트컵 여자오픈에서 우승했고 이듬해 정규투어에 데뷔해 신인상을 차지했다. KLPGA에서 3승을 올린 뒤 미국으로 진출해 3승을 추가했다. 2020년에는 ISPS 한다 빅오픈에서 32세의 나이로 4차 연장 끝에 우승해 한국인 최고령 우승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박희영은 지난해 출산 이후 10월부터 3개 대회에 초청 선수 자격으로 출전했다. 10개월여의 공백이 있었지만 세 대회 모두 예선을 통과했다. 그는 “지난해 대회 출전 이후 올 시즌 시작까지 샷 연습보다는 체력훈련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출산은 많은 것을 바꿔놨다. 한때 장타자로 유명했던 그지만 “이제는 비거리가 예전 같지 않다”면서 “요즘은 워낙 멀리 치는 선수가 많아 명함도 못 내미는 수준이 됐다”며 웃었다. 경기 전략도 더 단순해졌다고 한다. 무조건 가운데, 클럽과 공의 콘택트에만 집중한다. 그는 “예전에는 코스 매니지먼트에 신경 쓰다 보니 ‘여기는 안 되고, 저기도 안 된다’는 생각에 공을 떨어뜨릴 곳이 좁아 보였다”며 “지금은 단순하게 가운데로 보내는 데만 집중한다”고 했다. 결과도 나쁘지 않다. 그는 “마음이 가볍고 부담도 줄어든 덕분”이라며 웃었다.

육아와 투어 활동을 병행하는 것 역시 예상보다 훨씬 힘들고 고되다고 했다. 하지만 박희영은 “경기 운영에서 무리하지 않는 것은 LPGA에서 보낸 16년이 나에게 준 선물”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는 너무 욕심부리지 않고 경기 감을 회복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강혜원 KLPGA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