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완벽한 샷' 치려다가…더블보기로 무너진 모리카와 [강혜원의 골프플래닛]
올해 첫 남자 메이저대회 마스터스 토너먼트가 스코티 셰플러(28·미국)의 우승과 함께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남기며 막을 내렸다.

셰플러의 뛰어난 플레이만큼이나 최종 라운드를 짜릿하게 만든 것이 바로 경쟁자 콜린 모리카와(27·미국)였다. 경기 중반 셰플러와 공동선두로 올라섰지만 9번홀(파4)과 11번홀(파4)의 더블보기로 우승 경쟁에서 밀려났다. 대회 후 패인을 묻자 모리카와는 “욕심을 부린 것이 문제였다”며 “너무 완벽한 샷을 치려고 했다”고 털어놨다.

이는 최근 로리 매킬로이(34·북아일랜드)가 아마추어들에게 건넨 조언과 일치한다. 매킬로이는 “많은 아마추어가 자신이 할 수 있는 역량 이상의 샷을 치려고 한다”며 “본인이 칠 수 있는 샷, 열 번 중에 여덟 번은 성공하는 샷을 치자”고 당부했다. 가능성이 더 높은 샷을 치는 것이 핸디캡을 줄이는 가장 큰 비결이라는 얘기다.

공격적이고 화려한 플레이를 펼치는 매킬로이는 도전을 원하는 아마추어의 마음을 잘 이해한다. 그는 “나무들 사이로 샷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바로 핀을 노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짧게 쳐서 나오라’는 캐디의 말을 듣고 안전한 공략을 선택한 적이 많다”며 “도전적인 샷을 해서 그것을 성공시켰을 때의 쾌감이 있지만 더 낮은 스코어를 치는 게 더 재미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곡을 찌르는 말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스코어이기 때문이다. 골퍼들이 자주 잊어버리는 것이 있다. 바로 이상적인 완벽한 샷을 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자신이 자주 하는 실수와 미스샷의 경향, 자신의 약점을 토대로 플레이하는 것이 더 좋은 골프를 더 잘 칠 수 있게 해준다. 코너를 찔러 멋진 샷을 한 번 성공시키려다 공을 이상한 곳으로 보내는 경우는 숱하게 많다. 훌륭한 샷 한 번으로 폼을 잡는 것보다 스코어를 잘 관리하는 것이 훨씬 좋은 골프다.

골프 실력을 높이기 위해 매킬로이가 한 또 다른 조언도 귀담아들을 만하다. 바로 본인보다 잘 치는 사람들과 같이 치라는 것이다. 의도적으로 꼭 무엇을 배우려고 하지 않아도 실력이 더 나은 사람들과 함께 공을 치면 어떻게 해야 그렇게 칠 수 있는지 생각하게 되고 본인에게 무엇이 더 필요한지 알게 된다. 모리카와 역시 “셰플러와 경기하면서 어떤 부분을 더 연습해야 할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매킬로이와 모리카와는 모두 단신의 신체적 불리함을 극복하고 최고의 자리에 오른 선수다. 자신의 단점과 한계를 잘 알고 배우려는 자세가 골프 실력을 더 향상시키고 플레이를 재미있게 만들어줄 것이다.

강혜원 KLPGA 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