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악화.정치권반대 땐 반영할 수 밖에 없다"

권철현 주일대사는 17일 일본이 중등교과서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영유권 주장을 담은 데 대한 정부의 대응과 관련, 북핵 6자회담 차원에서 일본과의 협력관계가 달라질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일본 조치에 항의해 일시귀국한 권 대사는 이날 도렴동 외교부청사에서 회견을 갖고 "국제적으로 여러 측면에서 한국의 동반자적 협력이 필요한 시점에서 가장 좋지 못한 일이 터져나왔다"면서 "제일 중요한 것이 6자회담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6자회담에서 북한의 핵, 미사일, 납치문제 등에 대해 한국 정부가 일정 정도 일본의 의견에 동의하면서 협력해 온 것이 사실이나 이는 한.일이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기 위해 협력하는 과정"이라며 "그런 것에 대해 국내여론이 악화되거나 국내 정치권에서 협력을 반대하는 움직임이 강하게 몰아칠 때엔 반영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본은 북한의 자국인 납치문제 해결 전에는 대북 에너지지원에 동참할 수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참가국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한국은 속으로는 못마땅해하면서도 겉으로는 "일본의 입장을 이해한다"면서 이를 크게 문제 삼지 않아왔지만 앞으로는 이 같은 우리 정부의 태도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권 대사는 "일본에서도 그런 부분을 상당히 우려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일본에서 명기하지 말자고 주장했던 측의 가장 큰 이유가 그런 것이 아니었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 대사는 이어 "일본은 9월 중순으로 예정된 한.중.일 정상회담에 심혈을 기울여 왔는데 이번 일이 이에 혹시 영향을 미칠까 크게 걱정하고 있으며 10월 초에 일본 총리의 국빈 방한이 계획돼 있는데 이것 또한 제대로 되지 않을까 일본이 두려워하기 시작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외교 실적으로 국내에서 잃어버린 지지율을 만회하고자 노력하는 후쿠다 야스오 총리로서는 현실적으로 외교에서 문제가 드러나면 정권 유지문제가 나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권 대사는 "일본에 대한 신뢰가 이번에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한.일관계가) 이전 단계의 원점회귀인지, 퇴보인지 정말 안타깝기 짝이 없다"면서 "양국의 외교관계가 정상으로 돌아설 수 있도록 일본측에서 좀 더 성의있고 좀 더 진지한 시정조치가 있게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의 시정조치와 관련, "`이렇게 하면 넘어가주자'고 한 것은 없지만 제일 정확한 것은 해설서에 명기된 독도관련 문구를 취소하는 것이며 이외에도 외무성 홈페이지의 독도관련 내용 삭제 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 대사는 고등학교 교과서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관련 문구가 포함될 가능성에 대해 "9월 정도로 예정됐는데 이번 일이 크게 터지면서 다소 연기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면서 "고등학교 해설서에도 독도관련 내용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시정조치가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 대사가 소환됐다 일주일여만에 돌아갔던 사례를 염두에 둔 듯 "정부가 당시 어떻게 대처했는 지를 조사해야 한다. 조사해서 그렇게 대응하니 (일본으로부터) 무시되고 우습게 보이고 일본이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 같은데 이번에는 그런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고 말해 귀임시기가 상당히 늦어질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권 대사는 `과거를 직시하되 미래로 나아가자'는 대일기조에 변화가 있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말할 입장은 아니다"면서도 "일본이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고 계속 한일관계를 손상시키는 쪽으로 간다면 우리 정부도 그에 걸맞도록 외교정책을 수정해야 하지 않겠느냐는게 개인적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우탁 이정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