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주 이재웅, 13년 인생 DAUM 인생 '굿바이'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창업주이자 최대주주(특수관계인 지분 포함 18.34%)인 이재웅씨가 다음의 모든 직책에서 물러났다. 이씨는 최근 다음의 100% 자회사인 미국의 라이코스 대표이사 직을 사임했다. 회사에 정식으로 사직서까지 제출,지난 3월 등기이사 직을 사임한 이후 상징적으로 유지했던 '다음의 평사원 이재웅'이란 직함 마저 버렸다. 이씨는 다음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최대주주 지위만 갖게 됐다.

◆13년 '다음 인생'에 마침표

이씨의 이번 결정은 IT벤처 1세대를 대표하는 주요 인물의 완전 퇴장이란 점에서 주목된다. NHN의 창업자 이해진씨와 안철수연구소를 만든 안철수씨는 대표이사 직에선 물러났지만 이사회 의장으로서 여전히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다.

이씨는 1995년 자본금 5000만원으로 서울 청담동에 20평 남짓한 사무실을 마련해 창업한 뒤 10여년 만에 연 매출 2145억원(지난해 기준)짜리 인터넷 기업을 일궜다. 2000년엔 인터넷 포털시장 1위였던 야후코리아를 제치며 다음을 국내 인터넷 포털의 대명사로 만들었다.

하지만 2003년을 기점으로 다음은 내리막길을 걷게 돼 검색과 온라인 게임 등에서 네이버(NHN 운영)에 밀리며 2위로 내려앉았다. 2004년 인수한 라이코스 역시 뚜렷한 활로를 찾지 못했다.

이씨는 현재 미국에 머물고 있다. 측근들에게 "앞으로 2년간 어떤 비즈니스에도 손대지 않을 것이고 푹 쉴 생각만 하고 있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창업주 이재웅, 13년 인생 DAUM 인생 '굿바이'
◆라이코스 매각할까


이씨가 라이코스 대표 직을 그만둠에 따라 라이코스의 매각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2004년 이씨 주도로 약 1000억원에 인수한 라이코스는 줄곧 적자에 시달렸지만 라이코스 부활에 대한 이씨의 의지는 확고했다. 업계에선 창업주가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뗀 데다 다음이 그동안 디앤샵,다음다이렉트보험 등 적자 계열사들을 팔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라이코스도 매각 쪽으로 결론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부터 제기된 다음의 매각설도 재점화될 전망이다. 적자 계열사를 정리해 팔기 쉽게 몸집을 줄였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부인하고 있지만 다음은 작년 말께 KT와 매각 협상의 마지막 단계까지 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 석종훈 대표이사 체제에 보다 힘을 실어주기 위해 이씨가 라이코스 대표이사 직까지 사퇴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씨는 한메일,다음카페 등 인터넷 포털 고유의 핵심 서비스를 통해 회사를 일군 엔지니어"라며 "이씨의 사퇴 배경이 정확하지 않지만 전문 경영인이자 언론인 출신인 석 대표가 '미디어로서의 다음'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것과 견해가 상충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떤 경우든 일단은 석 대표에게 다음 경영의 전권을 믿고 맡기겠다는 것으로도 풀이되는 대목이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