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벌싸움으로 시끄러웠던 대한탁구협회가 거물급 대기업 총수를 협회 수장으로 영입하면서 `제2의 전성기' 도래에 대한 탁구인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탁구협회는 16일 탄핵을 받은 뒤 사임 형식으로 물러났던 천영석 전 회장의 후임으로 조양호(59) 한진그룹 회장을 추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조양호 신임 회장은 제11대와 14대 회장으로 협회를 16년 넘게 이끌며 최고의 한국 탁구 전성기를 주도했던 최원석 전 동아그룹 회장에 못지 않은 재계의 실력자다.

한진그룹은 대한항공 등을 거느린 항공 기업으로 재계 순위 10위권 대기업이다.

조양호 회장이 침체에 빠진 한국 탁구를 중흥 시킬 `구세주'로 여겨지는 건 당연지사다.

최원석 전 회장 시절이던 1980-90년대는 전폭적인 지원 속에 한국 탁구가 황금시대를 구가했던 기억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제11대 회장(재임기간 1976년 1월∼1977년 4월)에 이어 제14대 회장으로 재취임했던 최원석 전 회장은 대표팀에 대한 지원과 유망주 발굴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한국 탁구는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금메달 3개(남녀 단체전.여자복식)로 열매를 맺었다.

이어 탁구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처음 채택된 1988년 서울 대회에선 남자단식(유남규)과 여자복식 (현정화-양영자)에서 나란히 금메달을 수확했다.

1993년에는 현정화가 예테보리 세계선수권대회 단식을 제패하는 쾌거를 이뤘다.

1994년 12월 회장직을 내놓은 최원석 전 회장 시절에 이룩한 업적들이다.

이후 한국 탁구는 유남규, 현정화 은퇴와 맞물려 국제 무대에서 뚜렷한 성적을 내지 못했고 전성기를 구가하던 탁구 열기도 사그러 들었다.

이광남, 윤영호 전 회장의 바통을 받아 `사라예보 신화' 창조의 주역이었던 `탁구 대부' 천영석 회장이 2004년 1월 협회장으로 취임했지만 독선적인 운영과 꿈나무들에 대한 투자 인색 등으로 기대에 못 미쳤다.

든든한 자금줄이었던 KRA(종전 한국마사회)도 2003년 12억원, 2004년 6억원, 2005.2006년 각 5억원, 지난해 4억원을 지원하더니 올해에는 협회 지원금을 끊었다.

회장 취임 당시 매년 8억원 이상을 출연하겠다던 천영석 전 회장은 끝내 반대파 대의원들의 탄핵을 받는 수모까지 당했다.

회장파-반대파 간 화해로 천영석 전 회장은 탄핵 무효화로 자진 사퇴하는 형식을 취했으나 한국 탁구는 철옹성을 구축한 세계 최강 중국에 밀렸고 비인기 종목으로 전락하는 신세가 됐다.

뒤늦게나마 재계 순위 10위 안의 실력 있는 대기업 총수인 조양호 회장을 탁구협회 수장으로 맞아들이면서 탁구인들의 기대도 부풀어오르고 있다.

지난해 12월 천영석 회장의 독선적인 협회 운영과 선수 기용 관여에 불만을 품고 남녀 대표팀 사령탑에서 사퇴했던 왕년의 스타 유남규와 현정화도 백의종군의 자세로 코치진에 최근 복귀했다.

2008 베이징올림픽이 코 앞으로 다가와 당장 전력이 급상승하는 걸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협회가 안정되고 선수들도 훈련에 전념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이와 함께 체계적인 유망주 발굴.육성 프로그램이 가동되고 대표팀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 실업탁구의 프로화가 진행되면 탁구가 다시 국민의 사랑을 받는 인기 종목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chil881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