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는 이슬람 교도, 미셸은 테러리스트?"

미국 유명 잡지가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을 정통 이슬람 신자로, 부인인 미셸 여사는 총을 멘 테러리스트로 묘사한 삽화를 표지에 올려 논란이 일고 있다.

14일 발매된 시사 매거진 뉴요커는 터번에 샌들, 흰색 전통 이슬람 복장을 한 오바마가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에 서서 전투화를 신고 총을 둘러멘 미셸과 주먹을 맞부딪치는 삽화를 표지에 실었다.

주먹을 맞부딪치는 행동은 프로농구 선수들 사이에서 `하이파이브' 또는 악수의 변형으로 여겨져 왔으나, 오바마와 미셸이 지난 6월초 TV로 생방송된 민주당 경선승리 선언행사에서 이런 행동을 한 것을 놓고 `헤즈볼라식' 인사법이라는 논란이 제기됐다.

또 집무실의 벽난로에는 미국 국기인 성조기가 불타고 있고, 벽에는 테러단체인 알 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의 사진이 걸려 있다.

이 같은 표지사진이 공개되자 CNN과 AP통신 등 미국 주요 언론이 이를 크게 보도하면서 논란이 번지고 있고, 인터넷에서도 찬반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오바마는 이 삽화에 대한 반응을 하지 않았으나 선거캠프측은 이 같은 그림이 '공격적인' 것이라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민주당 전당대회 슈퍼대의원이자 오바마 지지자인 버나드 팍스 시니어 로스앤젤레스 시의원은 뉴요커에 대한 불매운동을 주장했다.

그는 "인종차별, 남녀차별, 반(反) 종교적, 반 애국적인 내용을 담고 있고, 궁극적으로는 오바마가 테러리스트에게 동감을 표시하고 있다는 결론을 이끌어내려는 삽화는 터무니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뉴요커는 그러나 오바마를 모슬렘으로 모는 미국 내 우파 일각의 시각을 형상화하려 한 것일 뿐 오바마에 대한 공격의도는 전혀 없다며 풍자는 언론의 정당한 영역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삽화가 오바마의 대선 득표에 어떤 영향을 줄 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이런 삽화는 오바마의 이미지를 크게 실추시킬 것이란 분석이 있는가 하면, 오바마를 무슬림으로 모는 사람들의 시각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를 이 그림은 극명하게 보여주기 때문에 오바마에게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란 지적도 있다.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조사에 따르면 미국민의 12%는 오바마가 성서 대신 이슬람 경전인 코란에 손을 얹고 상원의원 취임 선서를 한 것으로 믿고 있으며, 26%는 그가 어릴 때 이슬람 신자였다는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한편 토크쇼 진행자인 존 맥로린이 오바마를 `오레오'라고 비유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CNN이 전했다.

맥로린은 잭시 잭슨 목사가 최근 오바마를 `비하'하는 발언을 한 것을 놓고 "잭슨 목사가 모든 생애를 바쳐 쟁취한 민권의 수혜자가 `오레오'라면 말이 되느냐"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오레오는 겉은 검은색이고 속은 하얀색인 비스킷으로, 흑인이면서도 백인처럼 행세한다는 `모욕적인' 뜻을 담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이기창 고승일 특파원 lkc@yna.co.krks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