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희(22ㆍ휠라코리아)의 끈질긴 '불독 정신'과 폴라 크리머(미국)의 '무서운 집중력'.

지은희는 13일(한국시간) 미 오하이오주 실베이니아의 하일랜드 메도우스GC(파71ㆍ6428야드)에서 열린 미 LPGA투어 제이미파 오웬스코닝 클래식 3라운드에서 3언더파 68타를 쳐 단독 2위에 오르며 폴라 크리머(미국)를 4타차로 추격했다. 크리머가 첫날 11언더파 60타를 쳤을 때만 해도 사실상 우승 경쟁은 끝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대두됐다. 그러나 '첫날 5타차-2라운드 6타차-3라운드 4타차' 등 지은희는 사흘 내내 크리머를 그림자처럼 따라붙으며 우승 경쟁을 벌였다.

웨그먼스LPGA 최종 라운드에서 끝까지 추격하던 지은희에 대해 '불독처럼 물고 늘어졌다'는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의 표현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지은희는 국내에 있을 때 신지애에 밀려 항상 '2인자'였다. 지난해 신지애가 9승을 하는 동안 2위만 일곱 번을 할 정도로 '준우승 전문가'라는 달갑지 않은 닉네임까지 따라붙었다.

그러나 지은희는 한 달 전 웨그먼스LPGA 우승을 계기로 자신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첫날 65타를 친 지은희는 2라운드에서 66타를 쳤고 3라운드에서는 68타를 기록했다. 사흘 내내 60대 타수를 선보이며 결코 만만하게 볼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과시했다.

이날 지은희가 짧은 버디 퍼트를 자주 놓치지만 않았어도 크리머와의 타수 차를 더욱 좁힐 수 있었다. 퍼팅 난조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타수를 줄인 지은희는 크리머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그는 "마지막까지 추격의 고삐를 놓치지 않고 경쟁하겠다"며 줄곧 자신감을 내보였다.

크리머의 경우 첫날 너무 잘 친 것이 오히려 '독'이 됐다. 크리머는 "경기 내내 대회 최소타 신기록과 '와이어-투-와이어'(처음부터 끝까지 선두를 지킴) 우승에 대한 생각을 떨쳐내려 애썼다"며 심리적 압박감을 실토했다. 크리머가 박세리의 대회 최소타 기록(합계 23언더파 261타)을 깨려면 4라운드에서 6언더파 65타를 쳐야 하는 상황.크리머는 이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경기내내 흔들림 없는 집중력을 과시했다.

지은희는 한국시간으로 14일 오전 1시에 크리머와 합계 11언더파 202타로 3위인 레이첼 헤더링턴(호주)과 최종 라운드에 들어갔다.

또 한 명의 주목할 선수는 캐리 웹(호주).웹은 이날만 9언더파 62타라는 맹타를 휘둘러 합계 10언더파 203타로 공동 4위로 수직상승했다. 웹은 "더 이상 나빠질 게 없다"는 생각으로 대회 도중 퍼터를 교체하는 모험을 감행했다. 이처럼 과감한 도전 정신으로 그는 자신의 생애 베스트 스코어 타이 기록을 냈다.

이 대회에서 다섯 차례나 우승컵을 안았던 박세리(31)는 3라운드 합계 4언더파 209타로 공동 29위,미셸 위(19)는 합계 이븐파 213타로 공동 54위에 그쳤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