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경제는 일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을 뿐입니다. "

팜 띠엔 반 주한 베트남 대사(60)는 "일각에서 제기하는 베트남의 경제위기론은 근거없는 과장"이라며 "인플레이션과 무역적자가 심각한 것은 인정하지만 2~3년이면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12일 서울 삼청동 베트남 대사관에서 만난 반 대사는 유창한 한국말로 최근 세계적 이슈로 떠오른 베트남 경제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반 대사는 "올해 베트남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5%에 이르겠지만 긴축 조치가 효과를 보고 있어 2년 정도 지나면 한 자리 수대로 정상을 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작년 말 흉년이 든 데다 추위로 한 달에 10만마리의 소가 죽고 조류인플루엔자(AI)와 돼지구제역까지 겹쳐 식품공급에 차질이 생긴 게 인플레의 주요인이었다"며 "상반기 풍작으로 식량급등에 따른 인플레 압력이 줄고 있으며 쌀 수출도 정상화됐다"고 전했다.

반 대사는 "수출이 지난 상반기 전년 동기보다 33% 늘어날 만큼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데다 수입억제 조치가 본격화되면서 무역적자도 다시 줄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치재에 특별소비세를 부과하는 식으로 수입을 억제하기 시작했다"며 "휘발유와 철강 공장이 완공되면 무역적자 감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베트남은 원유 수출국이지만 휘발유는 전량 수입해왔다. 내년 2월이면 베트남 석유 수요의 30% 이상을 공급할 첫 번째 정유공장이 가동된다.

반 대사는 "베트남의 외환보유액 210억달러 가운데 단기외채는 10%도 안된다"며 "외환위기는 있을 수 없다"고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그는 특히 개방이 덜 된 베트남 금융시장 구조상 핫머니의 교란은 쉽지않다고 설명했다.

위기설 속에서 베트남이 올 상반기에 유치한 외자는 320억달러(신고기준)로 작년 한 해 규모(220억달러)를 넘어섰다고 반 대사는 강조했다. 그는 "외자유치 계약을 맺은 뒤 실제 집행하는 이행률도 높다"며"올해 7%,내년엔 7.5%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베트남 경제는 8.5% 성장했다.

반 대사는 "외국기업으로선 긴축조치로 대출받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지만 공기업 개혁이 본격화되고 증시가 바닥을 치고 오르는 데다 부동산도 거품이 걷혀 오히려 지금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들도 길게 보고 시장조사를 잘 해서 윈윈하는 투자를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잊지 않았다.

그는 수교 16년이 된 한국에 대해 "다이내믹한 나라이고 사람들도 친절하고 날씨와 자연 모두 좋다"며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한국은 베트남의 1위 투자국이고,2위 개발원조국이며 5위 교역상대국이다.

2005년 주한 베트남 대사로 부임한 그는 북한 김일성종합대에서 문학을 전공했으며 한반도에서 20년 넘게 근무한 베트남 외교가 최고의 한국통이다. 가족도 지한파다. 북한에서 같이 유학한 부인도 한때 베트남 공산당에서 한반도 문제를 담당했고 아들 셋 모두 서울대와 경희대에서 유학했다. 셋째는 한국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반 대사는 한국말이 유창한 한국주재 몽골 헝가리 우즈베키스탄 대사와 한 달에 한 번씩 만나 우의를 다지고 있다고 들려줬다. 물론 대화는 한국말로 한다고.페렌레이 우르진룬데브 주한 몽골대사와는 1967년 김일성대 동창이다. "한국에 8만명의 베트남 교민이 있는데 지방을 돌면서 그들을 만나 위로하는 게 주요 업무"라는 그는 "멀리서 온 베트남 신부들이 힘든 일을 당했을 때 도와주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