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석유시추업체가 심해원유시추선(드릴십) 기술의 특허권을 침해당했다며 삼성중공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삼성중공업이 이겼다. 시추선 1척당 평균가격은 8000억원으로 패소했다면 선박 설계를 모두 바꿔야 하는 등 피해가 크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2부(부장판사 양재영)는 13일 미국계 석유시추회사인 트랜스오션 오프쇼어 딥워터 드릴링사(이하 트랜스오션)가 "삼성중공업이 건조하고 있는 드릴십 및 원유시추플랫폼이 특허권을 침해했으니 그 중 일부인 5억원을 배상하라"며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특허권을 보호받기 위해서는 특허권을 청구할 때 구성요소를 구체적이고 분명하게 기재해 보호범위를 특정해야 한다"며 "트랜스 오션이 가진 시추선의 '듀얼시추탑' 설계 부분 특허는 핵심적인 구성요소가 추상적으로 표현돼 있어 권리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트랜스 오션이 특허발명의 기재사항이 일부 불명확하기는 하나 통상의 기술자가 내용을 이해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과 관련,"특허법 제42조 제4항에서 특허청구범위의 기재에 관해 엄격한 요건을 설정한 취지는 출원자가 공개하지 않은 발명에 특허권을 부여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특허청구범위를 불명확하게 기재한 불이익은 명세서 작성의 책임이 있는 특허출원인이 부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드릴십은 해상플랫폼 설치가 불가능한 깊은 수심의 해역이나 파도가 심한 해상에서 원유와 가스 시추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시추설비다. 드릴십은 전 세계 발주량의 90% 이상을 국내 조선3사가 독점하고 있고 삼성중공업은 올해 발주된 13척 중 7척을 수주할 만큼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