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 아래서 백악관 대변인을 지낸 방송인 토니 스노가 결장암 투병 끝에 12일 사망했다고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향년 53세.

스노 전 대변인은 시사평론가로 활동하다 2006년 5월 스콧 매클렐런의 뒤를 이어 백악관 대변인에 발탁됐으나 결장암이 재발해 2007년 9월 백악관을 떠났으며, 대변인 재임 중 방송 사회자 시절과 다름없는 거침없는 언변으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때로는 역공을 가하는 특유의 공격적 화법으로 화제를 뿌렸다.

그는 1996년부터 2003년까지 폭스뉴스 선데이 진행을 맡는 등 방송인으로서 명성을 날렸으나 '백악관 대변인처럼 재미있는 일은 없었다'고 말하는 등 `대통령의 입' 역할에 강한 애착을 보인 바 있다.

부시 대통령은 주말을 보내던 캠프 데이비드에서 성명을 통해 "미국은 고매한 인품의 헌신적인 봉사자를 잃었다"며 "연단에 선 스노를 보는 것은 나날의 즐거움이었다.

그는 대변인 직무에 위트와 존엄, 커다란 애국심을 불어넣었다"고 추모했다.

부시는 또 "암에 맞선 그의 용감한 싸움으로 감명받은 많은 미국인들처럼 모든 백악관 사람들도 토니를 그리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시는 지난해 9월 스노의 사임 때 백악관 기자실에 나와 "아쉽게도 그의 사임 의사를 수락했다"며 "그가 무엇을 하든 암과 싸워 이기고, 사회에 든든한 공헌자가 될 것이란 두가지만은 확실하다"고 격려하기도 했다.

스노 전 대변인은 2005년 암 수술과 6개월간의 화학치료를 받은뒤, 2006년 5월 백악관 대변인으로 들어갔으나 다음해 3월 암이 재발, 9월에 사임하기까지 총 17개월 동안 백악관 대변인으로 재임했다.

그는 대변인 사임 때 지병이 아니라 16만8천달러의 연봉으로는 세 아이를 부양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대 화제가 됐다.

그는 고별 브리핑에서 "이 일(대변인)이 그동안 했던 직업 중 가장 재미있었다"며 "나는 브리핑을 사랑했고 진정으로 그리워할 것"이라고 말했다.

"후회는 없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단 한가지 후회는 이 자리에 더 오래 있을 수 없는 것"이라면서 "오늘이 마지막 브리핑이지만 나는 이번 주까지는 자리를 지킬 것"이라며 그동안 백악관 대변인의 역할을 수행해온 데 대해 자부심을 드러냈다.

보수주의의 대변자 역을 자처했던 스노는 비판론자들로부터 `사실'을 전달해야 할 백악관 일일브리핑의 기본 성격을 당파적 논쟁의 장으로 변질시켰다고 비난을 받기도 했다.

고인은 올들어서도 4월 이후 CNN의 정치 칼럼니스트를 맡아 활동하는 등 삶에 대한 강한 집념과 애착을 보여왔다.

(워싱턴연합뉴스) 이기창 특파원 lk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