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7년 미국 뉴잉글랜드 시골마을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이 태어났다. 그는 열네 살이 되던 해 밥벌이를 위해 보스턴으로 떠난다. 보스턴에서 그가 찾은 일자리는 증권회사의 시세판을 제공하는 일.하지만 소년은 시세판 정리에 만족하지 못했다. 그는 단돈 5달러로 주식투자를 시작한다.

1년 후 열다섯살짜리 소년은 월급보다 투자수익이 더 많아진 것을 확인했다. 그가 활용했던 방식은 피라미딩 방식(일명 추세매매)이다.

특정한 추세가 발생하는 시점에 자금 일부를 투자하고 그 추세가 강화되면 추가 투자를 한다. 그리고 30년 후,그는 수차례의 파산을 딛고 1억달러가 넘는 돈을 만지는 전설적 투자자의 반열에 오른다. 그의 이름은 제시 리버모어.'월스트리트의 곰','추세매매의 아버지'로 불렸다.

휴가철이다. 월스트리트 역사상 가장 위대한 개인 투자자로 꼽히는 리버모어의 전기를 보고 싶은 사람들은 지금 당장 '어느 투자가의 회상'을 주문하면 된다. 그의 주식매매 기법을 배우고 싶다면 '위대한 투자자 제시 리버모어'를 집어들자.'어느투자가의 회상'과 그가 직접 쓴 '주식 매매하는 법'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

한국경제신문은 휴가철을 맞아 각 증권사의 리서치센터장들로부터 '투자자들이 휴가지에서 읽을 만한 투자 지침서가 될 만한 책'을 추천받았다.

리버모어의 책은 전병서 한화증권 리서치 센터장이 추천했다. 전 센터장은 "클래식(가치투자) 옹호자들은 그의 원칙을 평가절하할 수 있지만 록앤롤(추세추종형 트레이더) 투자자라면 리버모어의 뜨거운 숨결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리서치센터장들의 추천 목록에는 역시 가치투자와 관련된 책들이 많았다. 오상훈 SK증권 센터장은 '가치투자,주식황제 존네프처럼 해라'를 권했다. 오 센터장은 "존네프는 이 책에서 한 방의 홈런를 노리기보다는 수많은 안타를 통해 경이로운 수익을 추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고 말했다. 존네프는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워런버핏 피터린치와 함께 투자계의 3대 전설로 꼽히는 사람이다.

피터린치의 '이기는 투자(Beating the Street)'는 박희운 유진투자증권 센터장이 추천했다. 이 책의 메시지는 "일반 투자자도 면밀히 분석해 종목을 선택하면 시장을 이길 수 있다"는 것이라는 게 박 센터장의 설명.

우영무 푸르덴셜투자증권 센터장은 브루스 그린왈드가 지은 '가치투자'를 휴가지에 가져가라고 했다. "증시 하락기에 유효한 저평가 가치주 발굴에 관한 대가들의 원칙을 살펴볼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추천이유다. 워런버핏과 그의 스승으로 일컬어졌던 필립피셔의 책도 추천 리스트에 올랐다. 윤세욱 메리츠증권 센터장은 "워런버핏웨이(The Warren Buffet Way)를 추천하고 싶다. 그는 시장을 예측하려 하지 않고 개별기업이 저평가돼 있으면 사고 고평가에 도달하면 파는 전략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박종현 우리투자증권 센터장은 필립피셔의 '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를 꼽았다. 기업의 미래성장성을 확인한 후 장기보유하는 투자전략에 대한 책이다. 홍성국 대우증권 센터장이 추천한 '히든 챔피언'은 독일 경영학자 헤르만 지몬이 세계를 제패한 '강소기업'을 분석한 책이다.

구희진 대신증권 센터장은 직감력이 뛰어난 듯하다. 7월 초 구 센터장은 '존 템플턴의 영혼이 있는 투자'를 권했다. 그가 추천한 며칠 후 위대한 투자자 존 템플턴 경은 95세를 일기로 타계해 다시 한번 세상의 관심을 끌게 됐다.

김학주 삼성증권 센터장은 의외의 책을 추천했다. 존 나이스비트의 '마인드 세트'.김 센터장은 "미래에 대한 통찰력이 필요하다. 그 통찰력을 어떻게 갖출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책"이라고 말했다.

'투자의 유혹'은 서용원 현대증권 센터장이 일독을 권했다. 서 센터장은 "변동성이 큰 시점에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시각을 갖추기 위해 꼭 읽어야 할 책"이라고 했다. 서명석 동양종금증권 센터장은 월스트리트의 운명에 영향을 미친 사건을 묘사한 '월스트리제국-금융자본권력의 역사 350년'을 추천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