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측 "전직대통령 흠집내기..야비한 정치공세"

노무현 전 대통령측이 국가기록물을 무단 반출하기 위해 `페이퍼 컴퍼니'(유령회사)까지 동원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예상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9일 기자들과 만나 "실체를 알 수 없는 페이퍼 컴퍼니가 국내 모 업체에 `e지원시스템'(청와대 온라인업무관리시스템)과 동일한 별도의 e지원시스템을 제작해 줄 것을 발주한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노 전 대통령측이 기록물 무단 반출을 위해 페이퍼 컴퍼니까지 동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 회사는 차명계약을 할 만큼 회사형태를 갖추지 않고 있다"면서 페이퍼 컴퍼니의 실제 사장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인된 바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문제의 페이퍼 컴퍼니로부터 발주를 받아 별도 e지원시스템을 제작한 국내 S업체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당시 청와대에서 별도의 업체를 지정해 주면서 그 회사에 납품해 달라고 해 정상적인 계약을 맺고 납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이날 별도 설명자료도 내고 노 전 대통령측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청와대는 우선 `봉하마을 보관 기록물은 사본'이라는 노 전 대통령측의 주장에 대해 "청와대에서 말하는 `원본'이란 이전 정부 e지원시스템(청와대 온라인업무관리시스템)에 탑재돼 있던 하드디스크 장치를 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일부 언론에서 `대통령기록관측이 원본을 보관하고 있다'고 보도했으나 이는 이전 정부에서 대통령기록물로 지정해 저장매체에 저장돼 이관된 파일형식의 전자문서 자료를 말하는 것"이라면서 "전자문서에는 원본과 사본에 내용상 동일한 자료가 저장돼 있기 때문에 외부로 유출된 이상 논란의 여지가 없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이어 `1년간 열람이 안돼 기록물 반출이 불가피했다'는 노 전 대통령측의 주장에 대해 "국가기록원에 대통령 전용 열람시설이 설치돼 있고, 방문시 대통령기록물 영구관리시스템을 통해 열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면서 "다만 이 시스템이 e지원시스템과 열람방식에 차이가 있어 불편이 있으나 그래도 기록물을 무단유출해 사적인 열람권을 확보하겠다는 것은 법률을 어기면서까지 특권을 누리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와 함께 "노 전 대통령측이 `전 정부 기록물을 청와대에 남겨둬야 한다는 주장은 잘못'이라고 말하고 있으나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자료는 남겨두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노 전 대통령측이 현 정부에 남긴 1만6천여건의 자료는 `치약은 이렇게 짜라는 식의 생활안내문' 수준이며, 국정운영을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노 전 대통령측이 `현 청와대가 대통령 기록관을 통해 필요한 기록을 다 볼 수 있다'고 말하고 있으나 외교, 군사, 통일, 대내외 경제, 정무직 인사, 사생활 등 지정기록물 약 40만 건은 15-30년 간 열람이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측 인사들이 정치보복 운운하는데 대단히 유감스럽다"면서 "기록물 무단반출은 정치문제가 아니라 법과 원칙에 관한 것으로, 노 전 대통령측은 무단반출 기록물을 하루 빨리 원상반환해야 하며 반환을 한다 해도 불법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노 전 대통령측 김경수 비서관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좀 심하다.

지금까지 제기된 모든 의혹은 조만간 국가기록원이 봉하마을에 내려와 조사하면 사실관계가 다 밝혀질 것"이라면서 "일방적인 주장 만으로 전직 대통령을 흠집내는 것은 야비한 정치공세"라고 비판했다.

정진철 국가기록원장은 12일께 봉하마을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심인성 기자 si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