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8일 연중 최저치로 떨어졌다.

22일째 매도에 나선 외국인이 2634억원에 이르는 '팔자' 매물을 쏟아내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정부의 '유동성 축소' 방침에 따라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우려된 은행.건설주가 급락하면서 투자심리를 크게 위축시켰다.

외국인 순매도 규모에 비해 지수 낙폭이 컸던 것도 이들 업종이 크게 빠지면서 기관투자가와 개인의 '사자' 의지가 약화된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순매도 지속에다 사상 최고치에 이르는 매수차익거래 잔액으로 수급이 악화되면서 투자자들이 시장참가를 꺼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고유가 등으로 하반기 기업 실적 전망치가 하향 조정될 가능성도 있어 증시가 조기에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비관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건설주 급락에 놀란 개인투자자


이날 코스피지수는 장 중반 급락세를 타 한때 1509까지 떨어졌다.

특히 건설업종 지수는 5.97%나 급락,2007년 3월 이후 16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건설주는 54개(우선주 15개 포함) 종목 가운데 성원건설 신한 일성건설 우선주(B)가 하한가까지 떨어진 것을 비롯해 모두 50개가 하락했다.

이 같은 동반 급락은 미분양 아파트 누적에 따른 실적 악화 부담에다 정부의 유동성 긴축 방침으로 은행 등 금융업체들이 건설사에 대한 PF대출을 줄일 것이라는 우려감 때문으로 분석됐다.

은행업종지수도 국민은행이 8.64% 급락한 것을 비롯해 9개 전종목이 하락하며 6.04% 빠졌다.

개인투자자들의 주요 거래종목인 건설주와 은행주가 줄줄이 떨어지면서 시장 분위기는 꽁꽁 얼어붙었다.

개인들은 주가 하락에 실망,장 마감을 앞두고 대거 '팔자'로 돌아서 900억원 가까운 매물을 쏟아내며 순매도에 동참했다.

김성주 대우증권 투자전략파트장은 "주식을 사려는 개인들도 '사자' 주문을 낮은 가격에 깔아 놓는 등 매수세가 실종돼 조금만 매물이 나와도 주가가 크게 밀리는 양상이었다"고 말했다.

기관투자가 역시 프로그램 순매수(3854억원)를 제외하면 실제로는 순매도일 정도로 시장 참여가 제한적이었다.

배재규 삼성투자신탁 인덱스 운용본부장은 "펀드매니저들의 손(매수 주문)이 나가지 않는다"며 "일단 10일 옵션만기일까지는 지켜보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국내 기관투자가의 대표주자인 미래에셋자산운용조차 주식을 사지 않아 시장에는 상당기간 매수공백 상태가 이어질 것이란 비관적인 관측이 많다.


◆장세 더 지켜봐야


전문가들은 투자심리가 워낙 취약해 증시가 반등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며 장세를 더 관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문했다.

조익재 CJ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뉴욕증시에서 금융주가 전날 장 후반에 급락하면서 신용경색 우려감이 부각된 것이 큰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며 "전 저점을 하향 이탈한 만큼 당분간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1500선 붕괴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조 센터장은 "국내 기업 이익개선에 대한 신뢰마저 무너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주가가 많이 빠졌다는 것 자체가 반등의 이유가 될 수 없다"며 당분간 보수적인 접근을 권했다.

박찬익 모건스탠리 전무는 "한국뿐만 아니라 아시아증시 전체가 하락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는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감과 경기침체가 맞물리며 전 세계가 'S(스태그플레이션) 공포'에 휩싸인 데 따른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는 "전 세계 증시가 동조화되고 있어 미국 증시 안정이 급선무지만 미국 금융권에는 다시 한번 위기가 있을 것이라는 얘기마저 나돌고 있다"고 전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