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ㆍ고금리 여파로 가계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살인적인 유가 급등에서 비롯된 물가 상승으로 생활비 부담이 날로 커지고 있는 가운데 시장금리 상승으로 대출 이자까지 불어나고 있다. 주부들은 "애들 성적과 아빠 월급만 빼고 모든 게 오른다"며 한숨을 쉰다.

천호동에서 음식점을 경영하는 박모씨는 "손님이 뚝 끊겼다. 주방 직원의 월급은커녕 월세도 내기 어렵다. 은행 대출을 더 받아야 할 상황"이라고 걱정했다.

한 달여 전 아파트 급매물을 계약하고 이달 말 은행 대출 1억원을 받아 잔금을 치러야 하는 직장인 박모씨의 걱정도 태산이다.

대출금리가 야금야금 오르고 있는 데다 정부가 물가 억제를 위해 은행 대출을 죄기 시작할 것으로 알려지자 "혹시 대출 가능 금액이 줄어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주택대출은 e-모기지론 활용해야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어떤 유형의 대출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이자 부담이 크게 달라진다.

통상 금리 상승기에는 고정금리 대출이 유리하다.

약정 때 금리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금리 하락기에는 변동금리 대출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현재 은행의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은 지난 3월 말 이후 연 6.2~7.7%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금리 산정의 기준인 3개월 양도성 예금증서(CD) 수익률이 큰 변동없이 연 5.36~5.38%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은행채에 연동된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의 금리는 상승세를 지속해 연 7.5~9.05%까지 올랐다.

변동금리와 고정금리 대출의 금리 차이가 1.5%포인트가량에 이른다.

앞으로 CD금리가 1.5%포인트가량 더 올라야 고정금리 대출이 유리해진다.

재테크 전문가들은 통상 금리 상승기에는 고정금리,금리 하락기에는 변동금리가 유리하지만 지금은 고정금리 대출이 상당히 높은 수준인 만큼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서춘수 신한은행 스타시티지점장은 "절대적인 금리 수준을 놓고 보면 변동금리가 유리할 수 있지만 조만간 CD 금리와 함께 변동금리 대출이자도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서 지점장은 "지금 상황에서는 고정금리 대출 중에서도 금리가 낮은 주택금융공사의 '보금자리론'이 가장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보금자리론 가운데 인터넷으로 신청하는 e-모기지론은 연 6.8%(만기 10년 기준)로 일반 보금자리론에 비해 0.2%포인트 저렴하다.

근저당 설정비를 고객이 부담하면 0.1%포인트,이자율 할인 수수료로 대출 원금의 0.5%를 납부하면 0.1%포인트 등 모두 0.2%포인트 할인받아 최저 연 6.6%까지 가능하다.

은행의 고정금리 대출에 비하면 1.5~2%포인트가량 낮은 셈이다.

물론 보금자리론은 무주택 또는 1주택 소유자로 시가 6억원 이하 주택만 대상이며 대출 금액은 최소 1000만원,최대 3억원이다.

담보인정비율(LTV)은 60~70%다.

◆고금리 대출 갈아타기

금리 상승기라고 해서 기존 변동금리 대출자가 무작정 고정금리 대출로 바꾸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고정금리 대출이자가 변동금리보다 여전히 높은 데다 향후 금리 상승세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보금자리론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이 되지 않을 경우 은행에서 판매하는 금리상한 대출을 고려해 볼 만하다.

금리상한 대출은 일정한 밴드를 정해 놓고 금리 상승기에는 미리 정해 놓은 금리까지만 적용되고,금리 하락기에는 대출이자가 시장금리 하락에 연동돼 떨어지도록 설계한 상품이다.

신용대출 금리가 오르는 것에 대해서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

외환은행의 우량 기업 임직원 신용대출 금리는 지난 4월 말 연 6.62~7.85%에서 최근 연 7.15~8.38%로 석 달간 0.53%포인트 올랐다.

기업은행의 개인 신용대출 금리는 연 7.32~13.32%로 4월 초에 비해 0.15%포인트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대출금리 상승기에 여윳돈이 생기면 다른 곳에 투자하거나 저축하는 것보다 대출금을 갚는 게 유리하다고 권고한다.

김창수 하나은행 재테크팀장은 "금리는 오르고 집값은 별로 오를 것 같지 않을 때는 저축을 줄이더라도 대출 원금을 서둘러 상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부업체나 저축은행에서 40% 이상의 고금리 대출을 쓰고 있는 고객은 연 20%대의 대출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는 환승론을 적극 이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한국이지론이 7월부터 연 30% 이상의 제2금융권 대출을 이용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연 19.0~29.9%의 금리를 적용하는 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는 2단계 환승론을 시작했다.

연체일이 20일을 넘지 않고 연봉이 1200만원 이상이면서 국민연금을 납입한 실적이 있다면 한국이지론(www.egloan.co.kr)에 접속해 신청할 수 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