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저 페더러(1위ㆍ스위스)와 라파엘 나달(2위ㆍ스페인)이 3년 연속 윔블던 테니스대회 남자단식 결승에서 맞붙게 됐다.

5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윔블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남자단식 준결승에서 페더러가 마라트 사핀(75위.러시아)을 3-0(6-3 7-6<3> 6-4)으로 이긴데 이어 나달 역시 라이너 슈틀러(94위.독일)를 3-0(6-1 7-6<3> 6-4)으로 제압하면서 결승 대진이 성사된 것이다.

6일 밤 우승컵을 놓고 한 판 대결을 펼치게 된 둘은 서로 '잘 만났다'면서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먼저 페더러는 우승할 경우 사실상 최초로 이 대회 남자단식을 6년 연속 제패하게 된다.

페더러는 지난 해까지 5연속 우승으로 1980년까지 비욘 보리(스웨덴)가 세운 기록과 동률을 이루고 있다.

6연속 우승은 1886년 윌리엄 렌셔(영국)가 한 번 해냈지만 당시에는 전년도 우승자는 결승에 직행하도록 돼있었기 때문에 그 의미가 지금과 다르다.

또 잔디코트 65연승, 윔블던 40연승 기록도 이어가야 하고 피트 샘프라스(미국)가 갖고 있는 그랜드슬램 대회 14회 우승 기록에도 1승 차로 다가설 수 있다.

페더러는 "나의 우승 가능성을 논하는 것이 의미가 있겠는가"라고 되물으며 "나는 잔디 코트에서 엄청난 연승 기록을 쌓고 있는데 다른 누군가 그 기록을 깬다면 그 때 가서 내 우승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를 따져보자"고 큰 소리쳤다.

반면 나달은 1980년 보리 이후 28년만에 처음으로 한 시즌에 프랑스오픈과 윔블던 남자단식 석권에 도전한다.

또 그랜드슬램 대회 가운데 프랑스오픈에서만 우승해 '클레이코트 전문'이라는 꼬리표도 떼어내겠다는 각오다.

지금까지 투어 이상급 대회에서 28번 우승한 나달은 이 가운데 무려 22번이 클레이코트 대회였고 하드코트에서 5번, 잔디코트에서는 올해 윔블던 직전에 열렸던 아트와 챔피언십이 처음이었다.

아트와 챔피언십에는 페더러가 불참했기 때문에 이번에 페더러를 잔디 코트에서 물리치고 아예 '테니스 황제' 자리까지 빼앗겠다는 심산이다.

나달은 "물론 페더러가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지만 내가 이길 수 있다고 믿는다.

결승에서 누구를 이기고 우승하는 지는 중요하지 않지만 페더러를 꺾는 것은 특별한 일"이라고 말했다.

둘은 서로 설욕을 벼르고 있기도 하다.

페더러는 지난 달 프랑스오픈 결승에서 나달에 당한 참패를 잊기 힘들다.

3세트를 0-6으로 지는 등 세트스코어 0-3(1-6 3-6 0-6)으로 완패를 당하며 3년 연속 프랑스오픈 결승에서 나달에 졌다.

윔블던에서는 반대로 지난 해까지 2년 연속 나달을 결승에서 꺾은 페더러는 올해도 프랑스오픈에서 수모를 윔블던에서 되갚아 준다는 각오다.

반면 나달은 윔블던 결승에서 2년 내리 페더러에 진 아픔을 되풀이할 수 없다는 각오다.

특히 지난 해 결승에서는 풀세트 접전 끝에 2-3(6<7>-7 6-4 6<4>-7 6-2 2-6)으로 분패해 올해 복수전을 꿈꾸고 있다.

둘의 상대 전적에서는 나달이 11승6패로 앞서고 있다.

올해는 클레이코트에서만 세 번 싸워 나달이 모두 이겼고 역대 메이저대회 결승에서 만났을 때도 3승2패로 나달의 우세다.

반대로 잔디코트에서는 페더러가 두 번 모두 이겼다.

준결승을 직접 관전한 보리는 "역시 페더러가 아직 세계 1위다.

언젠가 페더러를 윔블던에서 꺾는 선수가 나오겠지만 올해는 아닐 것 같다"고 페더러의 우승 가능성을 점쳤다.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email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