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 길이가 518야드이면 파4홀일까,파5홀일까.

아마추어를 대상으로 한다면 파5가 적당하겠지만,프로들 세계에서라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타이거 우즈가 대회 호스트여서 유명해진 미국PGA투어 AT&T내셔널.지난해 최경주(37ㆍ나이키골프)가 원년 챔피언에 올라 우리에게도 낯익은 대회다.

대회 개최 코스인 미국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의 콩그레셔널CC 블루코스(파70ㆍ길이7255야드) 6번홀은 평소 파5홀로 운영되다가 이 대회에서는 파4로 셋업됐다.

길이는 무려 518야드로 올 시즌 투어 개최 코스의 파4홀 가운데 세 번째로 길다.

페어웨이 왼쪽은 나무와 벙커,오른쪽은 개울이 흐르고 OB말뚝도 있다.

그린 앞에는 벙커와 워터해저드가 도사리고 있다.

드라이버샷을 300야드 날려 페어웨이 복판에 떨어뜨린다 해도 롱아이언이나 우드를 잡아야 한다는 계산이다.

당초 파5홀로 설계되다 보니 세 번째 샷을 대부분 웨지로 할 것으로 예상하고 그린을 작게 만들어놓았다.

레귤러온을 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은 것.

4일(한국시간) 열린 대회 첫날 이 홀(522야드로 셋업됨)에서 웃은 선수는 몇 명 되지 않았다.

120명 가운데 버디를 잡은 선수는 다섯 명 정도다.

시니어투어에서 뛸 나이가 지난 프레드 펑크(52ㆍ미국)는 더블 보기를 한 뒤 "완전히 엉터리 홀"(downright stupid)이라고 비난했고,투어에서 '단타자'에 속하는 코리 페이빈은 드라이버샷을 아주 잘 치고도 두 번째 샷은 그린을 겨냥하지 못하고 레이업했다.

리치 빔은 "그린이 파5홀용으로 만들어진 것이 문제"라고 에둘러 비난했다.

드라이버샷 거리가 투어 평균 수준인 최경주와 짐 퓨릭은 두 번째 샷을 그린 앞 벙커에 빠뜨리고도 파를 세이브했다.

장타자축에 드는 앤서니 김(23ㆍ나이키골프)도 파를 잡았다.

최경주는 이 홀에서 드라이버샷에 이어 홀까지 222야드를 보고 3번 아이언으로 높은 컷샷을 했으나 볼은 벙커에 박히고 말았다.

그 벙커샷을 붙여 파를 기록했다.

최경주는 8번홀(길이 354야드)에서는 그린사이드 벙커샷을 곧바로 홀 속으로 집어넣어 갤러리들의 박수를 받았다.

체중 조절을 하느라 부쩍 홀쭉해진 몸매를 선보인 최경주는 첫날 버디 3개와 보기 1개로 선전한 끝에 2언더파 68타를 쳤다.

선두 스티브 마리노(미국)에게 3타 뒤진 공동 13위다.

10위 밖이지만,지난 4월 초 셸휴스턴오픈 3라운드(69타) 이후 6개 대회,16라운드 만에 60타대 스코어를 낸 것은 고무적이다.언더파를 친 것도 3개월 만이다.

최경주는 "2언더파는 훌륭한 숫자다.

오늘 중압감 없이 즐기면서 플레이를 했다"고 말했다.

최경주는 드라이버샷 정확도가 50%에 그쳤으나,퍼트와 칩샷 아이언샷은 무난했다.

특히 샌드세이브(벙커에서 파나 버디를 잡는 확률)는 100%로 최근의 부진에서 탈출하는 데 청신호를 켰다.

최근 두 대회를 쉰 앤서니 김은 3언더파(버디4 보기1) 67타로 공동 6위에 자리잡았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