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이 시장의 예상대로 3일 기준금리를 연 4.25%로 0.25%포인트 올렸다.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높아지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억제해야 할 필요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ECB는 이날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정례 금융통화정책 회의에서 유로존(유로 통화를 사용하는 국가들) 15개국의 기준금리를 지난해 6월 이후 13개월 만에 인상했다.

이에 앞서 장 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는 최근 "중앙은행이 강력하게 행동하지 않으면 인플레이션이 폭발할 위험이 있다"며 금리 인상 가능성을 강하게 내비쳤었다.

ECB가 금리 인상을 단행한 가장 큰 이유는 유로존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로존의 지난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4.0%에 달했다.

1999년 EU 출범 이후 최고치며 ECB의 물가관리 목표치인 2.0%의 두 배에 이른다.

하지만 금리 인상은 수요를 더욱 위축시켜 불가피하게 경기 악화란 부작용을 수반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 경제의 불황 징후는 이미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지난 2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덴마크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 대비 0.6% 감소했다.

앞서 4분기에도 -0.2%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경기 침체로 정의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덴마크는 '침체'란 공식 진단을 받은 첫 유럽연합(EU) 국가가 된 셈이다.

덴마크의 뒤를 이어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아일랜드 등이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은 국가들로 지목되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의 성장도 정체 상태다.

이번 ECB의 금리 인상에 따라 미국 기준금리(2.0%)와의 격차는 2.25%포인트로 벌어지게 됐다.

이에 따라 달러 약세 현상을 심화시키고 가뜩이나 불안한 원유시장에도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ECB의 금리 인상이 '달러 약세→국제 유가 상승→글로벌 인플레이션 심화→주가 하락→글로벌 경기 침체 가속화'란 세계경제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