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민 < 성신여대 교수·문화콘텐츠 >

"짝퉁에는 아우라(aura)가 없다."

헬로 키티,포켓몬의 본가인 일본 캐릭터 산업에서 쓰는 지침이다.

'싼티 풀풀 나는' 가짜 복제품에는 정품만이 지니고 있는 고고한 분위기나 신비로움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품에 서린 이 아우라가 뭉개지고 긁히고 뜯어져 짝퉁의 바코드로 전락하고 있다.

한국의 명품 애니콜을 훼손하는 가짜 '애미콜'이 중국 내 판매 대수 10분의 1을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LG 샤인폰도 짝퉁폰으로 둔갑했다.

짝퉁 다시다도 나와 밥상에 오른다.

가수나 미술품,아파트,초코파이에 이르기까지 짝퉁 아닌 유명 제품과 브랜드를 찾아보기가 어려울 지경이다.

짝퉁이 인터넷을 점령한 것도 물론이다.

온라인 쇼핑몰은 벌써 명품 짝퉁의 본거지가 됐다.

소프트웨어 불법복제 피해액만 지난 한 해 1000억원에 이르고 있다.

저작권을 무시하는 영화나 드라마 콘텐츠의 짝퉁 사용은 추산이 불가능할 정도다.

특히 인터넷 공화국에서 웹하드와 같은 짝퉁 매체를 통해 한국 방송 콘텐츠는 물론 미국 드라마,일본 영화를 죄다 공짜로 돌려 보는 디지털 짝퉁은 너무 극심해 국제 망신을 자초하기까지 했다.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때 한국 포털 사이트를 폐쇄해야 한다는 얘기가 오갔을 정도다.

이러한 짝퉁으로 인한 피해규모는 한국 수출규모의 7% 정도인 약 170억달러(17조원 규모)로 보인다.

삼성의 경우 휴대폰 1개 모델 개발에만 100억원을 투입하고 주력 제품에는 실로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사용한다.

이런 노력을 무력화시키는 짝퉁의 범람은 브랜드 가치는 물론이고 장기적으로 한국산 IT(정보기술) 제품에 대한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게 뻔하다.

우선 짝퉁에 대해 웃고 넘기곤 하던 관대한 의식을 바꿔야 한다.

과거 모방하고 좇아가야 했던 올챙이 적 한국인에게 깃든 짝퉁 본능을 반드시 지워야 한다.

짝퉁과 비품에 관한 정보를 유통시키며 사이비 언론 노릇을 하는 일부 인터넷 사이트에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인터넷도 모자라 해외 짝퉁 쇼핑에까지 열을 올리는 소비자 행태도 제어해야 한다.

둘째 짝퉁의 산업화 움직임을 정확히 진단하고 막아야 한다.

짝퉁의 본체에는 불법 서버나 전문 업체와 같은 어둠의 소굴이 있다.

동원 가능한 행정력을 최우선 배치해 짝퉁 근원을 파헤치는 특별과학조사가 필요하다.

셋째로는 짝퉁의 국제화에 대한 대처다.

한류로 쌓아올린 공든 탑을 짝퉁으로 무너뜨릴 수는 없다.

정부는 해외 현지 조사와 소송비용 등에 관한 예산을 현실적으로 늘려 끊임없이 짝퉁을 찾아내고 법적으로 해결하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현지 기업들이 신고하고 법적,외교적 사안을 즉각 문의할 수 있도록 하는 '불법복제 클리닉' 같은 센터를 확대 설치해 상설 운영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 밖에도 짝퉁을 감별하고 단속하는 전문 담당관 육성이나 지식재산권 처벌 강화,동아시아 국가를 포함하는 짝퉁 방지를 위한 국제협의기구 운영 등 다양한 방안을 찾아야 할 때다.

짝퉁은 한두 번 재미로 하는 놀음이 아니라 전면적으로 시장을 교란시키고 창작자와 주인을 무력화하는 악성 독소임이 판명났다.

그대로 두다가는 선진국 진입도 물 건너갈 수밖에 없다.

소리도 문자도 디자인해가며 이룩한 애니콜과 같은 한국 명품 명성도 와르르 무너질 수 있다.

일찍이 기술복제로 인한 짝퉁의 범람을 정확하게 내다본 예술학자 발터 벤야민의 말처럼 정품,진품에는 사람이나 물체에서 발산하는 기운 또는 영기(靈氣)를 뜻하는 아우라가 있다.

이 아우라를 존중하지 않는 순간 그 사회는 껍데기가 되고 만다.

짝퉁 때문에 장인정신,예술혼,기업가정신마저 껍데기로 만들 순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