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아힘 뢰브(48) 독일 축구대표팀 감독이 마침내 '클린스만의 후임', '특급 조력자'라는 달갑지만은 않았던 꼬리표를 떼냈다.

뢰브 감독은 30일 오전(한국시간) 오스트리아 빈 에른스트하펠 슈타디온에서 열린 2008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08) 스페인과 결승전에서 0-1로 패했지만 팀을 준우승으로 이끌며 '명장' 반열에 올랐다.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수석코치로 스타 출신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보좌하며 독일을 4강에 올려놓을 때만 해도 모든 영광은 클린스만에게 돌아갔다.

팀 조직력이나 전술을 구축하는데 큰 역할을 해냈지만 뢰브는 조연일 뿐이었다.

이번 유로2008에서도 검은색 정장 바지에 하얀색 셔츠를 입은 깔끔한 차림으로 벤치에 서 있던 뢰브 감독은 독일월드컵 때 클린스만을 떠올리게 했다.

하지만 클린스만이 독일월드컵을 끝으로 사령탑에서 물러날 때 "그는 나에게 항상 수석코치 그 이상의 역할을 해냈다"고 말했던 것처럼 뢰브는 직접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뒤 첫 메이저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기대 이상의 역할을 해냈다.

클린스만 시절과 대표팀 선수 구성도 크게 다르지 않았고 힘과 높이를 바탕으로 효율적인 축구를 구사하는 독일 특유의 스타일도 그대로였지만 뢰브는 안정을 중시하며 장점을 발전시키고 단점을 보강하면서 독일을 쉽게 이길 수 없는 팀으로 조련시켰다.

일부 성공한 지도자들과 마찬가지로 뢰브도 현역 시절에는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미드필더였던 뢰브는 1978년 독일 분데스리가 2부리그 SC프라이부르크에 입단하며 프로 무대에 데뷔한 뒤 수차례 1부리그에서 비상을 꿈꿨지만 매번 실패했다.

딱 2부리그에서 잘 나갈 만한 수준이었다.

이후 지도자의 길을 걸은 뢰브는 숨겨져 있던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1995-1996 시즌 VfB슈투트가르트 코치를 맡으며 지도자로 첫 발을 내디딘 뢰브는 롤프 프링거 감독이 스위스 대표팀으로 자리를 옮기자 감독 대행을 맡았고 그 시즌에 팀을 독일컵(DFB-포칼컵) 정상에 올려놓았다.

1998년부터 2001년까지 페네르바체(터키)와 칼스루어SC(독일), 아다나스포르(터키) 등을 거치며 주춤했지만 다음에 맡은 FC티롤(오스트리아)에서는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2004년부터 독일 대표팀에서 클린스만을 도와 독일월드컵 3위를 달성한 뢰브는 클린스만 후임으로 지휘봉을 잡았고 결국 '전차군단'을 준우승 고지에 올려놓는 성과를 일궈냈다.

그는 결승전 직후 인터뷰에서 "대회 전반을 봤을 때 만족할 만하고 준우승을 차지할 때까지 선수들이 잘해줬다.

이날 패배가 2년 뒤 월드컵 준비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스페인은 기술적으로 훌륭했고 우리보다 더 많은 기회를 잡았다.

승리할 만한 팀이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성민 기자 min7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