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능 좋은 소재 선택하면 최대 25% 절감가능
눈에 보이지 않는 틈새기도 가능한 막아줘야

인체를 건물에 비유할 수 있다. 체온이 있는 인체가 외부 온도와 만나면 열을 받거나 뺏기 듯이 건물의 실내온도도 실외온도와 열을 주고 받는다. 열은 온도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전달되는 자연법칙 때문이다.

사람들은 옷을 입어서 외부 열을 차단하거나 보온을 한다. 건물에는 외벽과 창호가 옷에 해당한다. 외벽과 창호의 기능이 떨어지면 실내가 쉽게 더워지거나 추워진다. 외벽과 창호가 열전도 및 복사열의 매개체가 되기 때문이다.

실내가 외부온도 조건에 따라 쉽게 더워지거나 추워지면 쾌적성이 떨어진다. 쾌적함을 위해 실내가 열을 받으면 냉방을, 열을 빼앗기면 난방을 하게 되는데 사람들의 옷에 해당하는 외벽과 창호가 부실하면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게 된다.

옷을 입는다고 해서 열이 완전히 차단되거나 완벽한 보온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신체 일부분은 외부 공기에 노출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옷의 미세한 틈새를 타고 열교환이 일어나기도 한다.

건물에서도 미세한 틈새가 있을 수 있다. 실수로 문이나 창문을 열어 놓을 수도 있고 환기를 위해 창을 활짝 열어 두기도 한다.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건물 실내․외 차단이 열리면 온도가 높은 공기가 그 보다 낮은 공기 쪽으로 이동하게 된다.

대개는 겨울철의 차가운 공기가 틈새를 타거나 환기를 할 때 실내로 들어오게 된다. 그러면 차가워진 실내 공기를 데우기 위해 에너지를 필요로 하게 된다. 차가운 공기가 유입되면 될수록 에너지를 더 필요로 할 가능성이 높다.

어쨌든 건물에서 열전달이 가장 많은 곳은 외벽, 창호, 틈새기다. 세 부분의 성능이 뛰어나면 에너지를 줄일 수 있지만 부실하면 에너지가 줄줄 새어 나가게 된다. 세 부분의 성능개선이 건물 에너지 절감의 절대 변수다.

그렇다면 외벽, 창호, 틈새기의 성능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 일반인이 직접 손을 대서 개선하는 데는 한계가 있지만 안목은 가질 수 있다.

◇외벽=옷을 아주 두툼하게 껴 있으면 추위는 막을 수 있겠지만 행동하는데 불편하다. 그 보다는 열차단이나 보온성능이 뛰어난 옷을 입으면 기능적으로도 뛰어나고 편의성도 좋다.

건물외벽도 마찬가지다. 외벽이 두꺼울수록 열차단이나 보온성능이 상대적으로 뛰어나지만 공사기간이 길어지는 단점이 있다. 그보다는 기능적으로 우수한 외벽 단열재를 선택하면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어떤 외벽 단열재가 기능적으로 우수할까. 간단하다. 단열재의 성능을 수치로 보여주는 기준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열전도율이다. 단위는 W/㎡K이다. k값 또는 국제적으로는 U값이라고도 한다.

U값은 단위 면적당 1도C의 온도를 높이는데 들어가는 에너지량을 숫자로 표시한 것이다. U값을 측정하는 것은 전문가들의 몫이지만 수치의 의미는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U값의 수치가 낮을수록 단열성능이 뛰어나다는 뜻이다. U값이 낮은 단열재를 외벽에 사용하면 에너지를 덜 소비한다는 의미다.

단열재로 널리 알려진 제품은 스티로폼이다. 밀도 15kg/㎥인 흰색 스티로품의 U값은 0.037(W/㎡K)이다. 반면 신소재 단열재로 꼽히는 은회색 네오폴의 U값은 같은 밀도에서 0.032(W/㎡K)다.

사소한 차이의 숫자로고 생각하기 쉽지만 은회색 네오폴은 같은 밀도에서 스티로품의 2배 이상 단열성능이 있다는 의미다. 그만큼 U값은 단열성능을 판단하는 중요한 잣대다.

전문적인 공학지식이 없더라도 특정 건축자재의 U값을 알면 단열정도를 가늠할 수 있다. 일종의 약속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독일에선 외벽 U값을 0.40(W/㎡K)에 맞춰 시공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창호=여름철 뙤약볕 아래 장시간 세워둔 차에 탑승하는 상황을 떠올려보자. 손으로 잡기 어려울 정도로 핸들이 달궈지기도 하고 몸에서는 금방 땀이 차오른다. 차 유리의 복사열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그런 현상이 건물에서도 일어난다. 창 넓은 아파트나 사무실은 조망하기에 좋을지 모르지만 여름철 복사열 때문에 실내온도가 높아져 냉방 에너지를 많이 필요로 하게 된다.

에너지를 생각한다면 창 크기를 줄이는 게 바람직하겠지만 인간의 욕구충족을 감안한다면 복사열을 감소시키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나온 게 로이(low-E) 유리다.

로이는 저복사능(輻射能)을 의미하는 로 이미시비티(low emissivity)의 줄임말이다. 여름철 태양 복사열을 줄일 목적으로 고안․제작된 코팅유리가 로이다. 겨울철에는 실내의 난방기구에서 발생하는 적외선을 반사해 실내로 되돌려 온도를 높이는 기능도 한다. 한마디로 로이는 에너지절감형 유리라고 할 수 있다.

삼중유리도 에너지 성능을 높일 수 있는 창호 구조다. 유리와 유리 사이의 공기층이 에너지 손실을 줄이는 중요한 매개체다. 삼중유리는 로이유리보다 에너지 절감효과가 더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외벽이나 창호를 시공하는 데 좋은 소재만 사용한다고 해서 에너지가 절감되는 것은 아니다. 열의 물리적 특성을 감안한 정확한 시공이 에너지 절감에 아주 중요한 요소이다. 다만 일반인들로서는 어떤 소재가 에너지를 줄일 수 있는지 알아둘 필요는 있다.

값싼 재료가 단기적으로는 유리해보일수도 있지만 에너지 절감비용을 따져보면 비싼 재료가 장기적으로 더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재료의 성능 및 수치를 정확히 이해하고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틈새기=독일에서 ‘0리터 하우스’를 선보였다. 외부에서 화석연료 에너지를 공급받지 않고도 쾌적하게 주거생활이 가능한 주택이다.

‘0리터 하우스’의 원리는 건물의 외피를 철저하게 감싸고 인체 발열 등 주택 내부에서 생기는 열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다. ‘0리터 하우스’처럼 건물의 틈새를 없애면 이론적으로 에너지를 크게 줄일 수 있다.

그렇지만 외피를 철저하게 감싸는 게 말처럼 쉽지는 않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고층 아파트를 많이 짓다보면 고층 아파트일수록 바람의 압력을 더 받게 돼 틈새로 외부 공기가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

건물의 틈새공기는 건강에 좋지 않을 뿐 만 아니라 에너지 손실에도 영향을 준다. 옛날 집에서 방바닥은 절절 끓는데 외풍 때문에 쾌적성이 떨어지는 경우를 볼 수 있었다. 이런 틈새바람은 실내의 공기온도 차이를 가져와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게 의학계의 분석이다.

겨울철에 환기를 하면 차가운 공기가 실내로 유입돼 실내온도가 급속히 떨어진다. 건강을 위해서는 환기를 해야 하지만 자주 환기를 하면 에너지가 더 필요하게 된다.

의도된 공기유입이지만 침기는 의도하지 않은 공기가 실내로 들어오는 것이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틈새를 타고 외부공기가 실내로 들어오면 온도가 높아지거나 떨어지게 마련이다.

때문에 침기는 적극적으로 막아야 하며 환기는 에너지 손실이 없도록 효과적인 방법을 택해야 한다. 외벽이나 창호는 눈에 보이지만 틈새기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틈새기의 막힘 정도인 기밀도를 나타내는 단위와 수치들이 있다. 건물의 외피에 50파스칼(Pa)의 압력이 작용하고 있을 때 실내 공기가 한 시간 동안 몇 번 순환되는지를 나타내는 표현방법은 ACH50(회/시간당)이다.

참고로 일반 공동주택의 기밀성능은 ACH50기준으로 시간당 3∼5회다. 이 범위를 넘어서면 틈새기가 많다고 봐야 한다.
<도움말=대림산업 기술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