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선정 '상반기 우수도서 25' 트렌드

인문학과 경영의 행복한 만남,창조와 상상의 경계를 넓히는 통합적 사고,거시 트렌드와 미시 트렌드의 교접,열정과 몰입….

올 상반기 우리 사회의 독서 키워드는 '인문학적 상상력과 통찰의 힘'으로 요약된다.

이는 한국경제신문이 선정한 '2008 상반기 우수도서 25'에서도 그대로 확인할 수 있다.

'2008 상반기 우수도서 25'는 지난해 10월부터 이달 초까지 나온 신간 2만여종 가운데 각종 단체의 추천도서에 오른 250종을 선별한 뒤 출판 편집자와 기획자·서점 북마스터와 매니저·도서평론가와 학자 등 100여명의 설문조사를 거쳐 엄선한 것.250권 중에서 상위 10%에 뽑힌 이들 책은 경제·경영 10권,인문·사회·자연과학 7권,문학 4권,논픽션 4권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경제·경영 분야 우수도서를 관통하는 주제는 단연 '인문과 경영의 퓨전,통합적 사고의 힘'이다.

≪인문의 숲에서 경영을 만나다≫(정진홍 지음,21세기북스)와 ≪그림읽는 CEO≫(이명옥 지음,21세기북스)가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것도 이 같은 트렌드를 반영한다.

왜 인문학에 주목하는가? ≪인문의 숲에서 경영을 만나다≫의 저자가 서문 첫머리에 즉답을 내놓고 있다.

"'통찰의 힘'을 키우기 위해서다. 그것은 통찰과 통람의 융합이며 인사이트와 오버뷰의 시너지다."

그는 이것을 '생존의 필수요건'이라고 표현한다.

생존의 자양분을 밀어올리는 밑동이 인문학이며 '살기 위해,번영하기 위해서는 인문학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문·사·철(文·史·哲)의 전방위를 아우르는 '인문'의 숲에서 '통찰'의 나무를 키우고 '경영'의 새 지형도를 만들어내자고 그는 강조한다.

≪그림읽는 CEO≫는 미술에서 창의성과 상상력의 날개를 발견하자고 권한다.

유명 화가들의 작품을 통해 내면의 상상력을 깨우는 기술,관찰을 통한 자기 혁신,나의 브랜드화를 꾀하는 재창조 등을 체득하자는 것이다.

이 책에는 빗방울을 중절모와 정장 차림의 남자들로 변환시킨 르네 마그리트의 '골콘드',찻잔 세트에 모피를 입힌 메레 오펜하임의 '모피 찻잔' 등 평범한 사물을 낯설게 하는 작업부터 '반전의 미학'으로 경직된 사고를 유연하게 만든 사례까지 등장한다.

≪생각이 차이를 만든다≫(로저 마틴 지음,지식노마드)와 ≪통찰의 기술≫(신병철 지음,지형)은 통합적 사고와 통찰력의 메커니즘을 알려준다.

피터 드러커와 봅 영 등 세계적인 리더 50명의 인터뷰를 통해 통찰력의 비밀을 분석한 ≪생각이 차이를 만든다≫는 창의적인 사고가 복잡성과의 끈질긴 대결 끝에 나온다는 것을 확인시켜 준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양자택일식이 아니라 창의적인 해결책으로 상황을 돌파하는 사고능력을 키우라는 게 핵심 메시지다.

50명의 리더가 어떤 사고 과정을 거쳐 창의적인 결정을 내리는지도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통찰의 기술≫은 몇 초 만에 성패가 갈리는 광속의 시대에 블링크가 필요하듯,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문제의 본질을 한눈에 파악하고 약점을 강점으로 변환하는 통찰의 힘을 길러야 한다고 역설한다.

또 통찰이 기업 활동에 미치는 영향과 의미,통찰을 만들어내는 3단계 노하우,경영과 마케팅의 뛰어난 통찰 사례에서 뽑아낸 7가지 통찰의 기술을 제시한다.

≪미래를 읽는 기술≫(에릭 갈랜드 지음,한국경제신문사)은 입체적인 사고로 미래의 변화상을 예측하고 준비하도록 돕는 지침서.미래 예측의 방법으로 미래주의,시스템적 사고,트렌드 분석,전략적 잠재 효과,시나리오 구성 등을 내놓고 '고령화,정보기술,의료,생명기술,에너지,나노 기술,매체와 통신,자연환경과 생태계 유지'의 8가지 미래 원동력의 영향도 짚어본다.

≪마이크로 트렌드≫(마크 펜 지음,해냄)는 10대 뜨개질족,30대 비디오게임족,40대 늦깍이 게이족 등 새롭게 등장한 미시 트렌드에 초점을 맞춘 책.사내연애족과 주말부부족,혼혈가정,카페인광,유니섹슈얼,고학력 테러리스트 등 75개 집단을 들여다보며 '99%를 이끄는 1%의 트렌드세터'를 파헤친다.

버진 그룹 회장의 열정을 통해 창조와 혁신의 필요성을 강조한 ≪내가 상상하면 현실이 된다≫(리처드 브랜슨 지음,리더스북)와 몰입적 사고와 집중력의 힘을 보여준 ≪몰입≫(황농문 지음,랜덤하우스코리아),침팬지보다 평화적인 보노보를 내세워 사회적 기업의 중요성과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를 일깨운 ≪보노보 혁명≫(유병선 지음,부키),일상생활의 렌즈로 경제학 원리를 비춘 ≪경제학 프레임≫(이근우 지음,웅진윙스)도 10위 안에 뽑힌 '필독 목록'이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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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영

인문의 숲에서 경영을 만나다(정진홍,21세기북스)

그림 읽는 CEO(이명옥,21세기북스)

생각이 차이를 만든다(로저 마틴,지식노마드)

통찰의 기술(신병철,지형)

미래를 읽는 기술(에릭 갈랜드,한국경제신문사)

마이크로 트렌드(마크 펜,해냄)

내가 상상하면 현실이 된다(리처드 브랜슨,리더스북)

몰입(황농문,랜덤하우스코리아)

보노보 혁명(유병선,부키)

경제학 프레임(이근우,웅진윙스)


◇인문·사회·자연과학

루시퍼 이펙트(필립 짐바르도,웅진지식하우스)

죽음의 밥상(피터 싱어 외,산책자)

블라인드 스팟(매들린 반 헤케,다산초당)

이중톈 중국인을 말하다(이중톈,은행나무)

슈퍼기억력의 비밀(에란 카츠,황금가지)

다윈,당신 실수한 거야(외르크 치틀라우,뜨인돌)

크기의 과학(존 타일러 보너,이끌리오)


◇문학·논픽션

천개의 찬란한 태양(할레드 호세이니,현대문학)

스타일(백영옥,예담)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코맥 매카시,사피엔스21)

즐거운 나의 집(공지영,푸른숲)

공부도둑(장회익,생각의나무)

한국의 고집쟁이들(박종인,나무생각)

히말라야 도서관(존 우드,세종서적)

김병종의 라틴 화첩기행(김병종,랜덤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