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이공업은 일본에서 가장 적게(연 1600시간) 일하고 가장 많이(연 140일) 쉰다.

일본 정부가 지난해 5월부터 정년을 60세에서 65세로 늘렸는데 우린 차별화를 위해 70세로 늘렸다."

고유가 시대를 맞아 비용 절감을 위해 '마른 수건도 다시 짜는' 국내 기업 경영자들이 들으면 기가 찰 만한 '괴짜 CEO'가 한국을 찾았다.

'유토피아 경영'으로 유명한 야마다 아키오 일본 미라이공업 회장(사진)이 주인공.전기설비 업체 미라이의 창업주인 야마다 회장은 19일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 주최로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특별강연에서 일등 기업의 첫 번째 조건으로 차별화를 꼽았다.

그는 "1965년 직원 4명으로 시작한 미라이가 마쓰시타 같은 대기업을 이기려면 차별화 외에 달리 방법이 없었다"며 "우리 회사가 생산하는 2만여개 제품 모두가 차별화돼 있다"고 강조했다.

야마다 회장은 "'멍청한' 직원들이 스스로 차별화한 제품을 만들도록 유도하려면 차별화한 습관을 기르도록 하는 게 급선무"라고 덧붙였다.

직원 하나 하나를 창조적이고 독창적인 인재로 만들기 위해 그가 택한 비법은 '당근'이다.

그는 "일본이나 한국처럼 유교주의 전통이 깊은 나라의 직원들은 월급을 올려주고 복지 혜택을 넓혀줄수록 열심히 일해 보답하려는 생각이 강하다"며 "이런 직원들에게 채찍은 필요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직원을 감동시키면 스스로 알아서 차별화한 제품을 생산하는 우수 인재로 커 나갈 수 있다는 것.

미라이공업은 △70세 정년 보장 △연간 140일 휴가 △육아휴직 3년 △5년마다 모든 직원 공짜 해외여행 △대기업 수준의 월급 △잔업 금지 △전 직원의 정규직화 등 '샐러리맨의 천국'으로 불릴 만한 실로 파격적인 당근을 직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정년을 70세로 연장한 것과 관련,"나이든 직원들의 전문성과 책임감은 젊은 직원 못지 않다"며 "만 71세 생일 전날까지 근무할 수 있도록 정년제를 운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모든 직원들에게 5년마다 제공하고 있는 해외여행과 관련,"출발일 당일에 호주 미국 유럽 등 행선지를 공개한 뒤 사다리를 타서 여행지를 정하도록 하고 있다"며 "미스터리 여행이라고 부르는 이 제도를 통해 직원들의 사기가 더욱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고유가 시대를 맞아 경영 환경이 날로 악화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원가를 절감하냐'는 질문에 그는 "정년 감축,초과 근무,비정규직 고용 등이 해법이 될 순 없다"며 "직원들이 행복하게 스스로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원가 절감의 가장 효과적인 비책"이라고 말했다.

올해로 창업 43주년을 맞은 미라이공업은 지난해 266억엔의 매출과 43억엔의 경상이익을 거둔 알짜배기 회사다.

종업원 800여명 규모의 중소기업이지만 벽면내장 콘센트 시장에서 일본 내 80% 이상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후한 임금과 복지를 제공하고도 창사 이래 단 한 차례의 적자없이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는 미라이공업은 이미 유토피아를 실현하고 있다는 평가다.

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