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유용 의혹으로 회사의 존폐 위기에 까지 내몰린 하나로텔레콤의 운명이 20일 결정된다.

하나로텔레콤은 개인정보 유출혐의로 지난 4월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로부터 박병무 전 대표이사를 비롯 전현직 간부 22명이 불구속 입건된데 이어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도 그동안 실사결과를 토대로 20일 전체회의를 열어 징계수위를 최종 결정하게 된다.

현재까지 하나로텔레콤에 대한 징계수위는 영업정지 3개월이거나 그에 준하는 규모의 과징금 및 시정명령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같은 예상의 근거는 전기통신사업법이다.

우선 사실상 회사의 문을 닫아야 하는 영업정지 3개월이 될 것이라는 예상의 근거는 전기통신사업법 제15조(허가의 취소등) 제1항 제5호. 이 조항은 기간통신사업자가 인가를 받거나 신고한 이용약관을 준수하지 아니한 때는 허가를 취소하거나 정지처분을 내리도록 했다.

구체적 처분내용을 규정한 시행령(별표)에서는 전기통신사업자의 업무처리 절차가 현저히 이용자의 이익을 저해한다고 인정되는 때는 기간통신사업자의 경우 사업정지 3개월을 하도록 규정했다.

즉 전체회의에 참석한 최시중 위원장을 비롯한 5명의 방통위 위원들이 하나로텔레콤이 이용약관을 준수하지 않은 채 가입자 정보를 유출함으로써 이용자의 이익을 현저히 저해했다고 판단을 내릴 경우 현행 법규상 영업정지 3개월이 불가피하다는 것.
반면 경찰조사 결과 하나로텔레콤처럼 고객정보를 유출해 전화마케팅을 한 것으로 직.간접으로 드러난 KT나 LG데이콤 등 다른 업체와의 형평성 문제, IPTV와 같은 융합서비스 진작, 통신요금 인하를 위한 결합판매 활성화 등 복합적인 정책목표 실현을 위해 과징금 처벌을 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전기통신사업법 제36조의 3(금지행위) 제1항 제4호는 이용약관과는 다르게 전기통신역무를 제공하거나 전기통신이용자의 이익을 현저히 저해하는 방식으로 전기통신역무를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했을 경우 구체적 처벌규정을 마련해놓고 있다.

금지행위의 유형과 처벌규정을 마련해놓고 있는 시행령에서는 하나로텔레콤과 같은 법36조의 3 제1항4호에 따른 행위의 경우 매출액의 100분의 1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상한액을 규정해놓고 있다.

따라서 방통위원들이 하나로텔레콤의 개인정보 유출 행위를 금지행위 위반으로 판단할 경우 이 조항에 따라 과징금 부과와 시정조치라는 처분을 받게된다.

이 같은 두가지 유형의 법적 근거와 하나로텔레콤의 위반행위에 대한 법해석을 둘러싸고 정작 주무 부처인 방송통신위의 고민은 깊어져가고 있다.

집단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시민단체들의 강력한 요구를 감안할 때 하나로텔레콤에 대해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는 것이 아주 쉽고 간단한 결론이지만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국내 경제현실을 감안할 때 그것만이 최고의 행정행위라고 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외국자본에 넘어갔던 하나로텔레콤의 경영층이 SK텔레콤에 회사를 매각하기에 앞서 최대한 회사 가치를 높이기 위해 무리수를 둔 것이 앞뒤 정황상 거의 확실하지만 무작정 법규에 따라 영업정지 조치를 하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는 계산이다.

당장 SK텔레콤이 신청한 유무선 결합상품 판매를 승인해야 하는데 하나로텔레콤에 대해 3개월 영업정지를 내린다면 결합상품 판매에 따른 통신요금 인하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고 당장 눈앞에 다가온 IPTV사업자 선정에서도 특정업체의 독과점을 사실상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더구나 현 시점에서의 영업정지 조치는 가입자 이탈을 가속화할 수 밖에 없고 결국 구 정보통신부의 유효경쟁정책으로 90년대말 태어난 기업을 사실상 죽게 만드는 셈이라는 계산도 뒤따른다.

이는 SK텔레콤이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해 유무선 결합상품을 판매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통신요금을 인하를 유도하고 이를 통해 어려운 국내 경제상황을 호전시키는데 일조를 하겠다는 당초의 정책의도와도 벗어난다.

물론 하나로텔레콤에 과징금 및 시정조치를 내렸을 경우 시민.사회단체의 강력한 반발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이다.

미국산 쇠고기 문제로 시민들이 한달간 촛불집회를 벌이고 있는 현 상황에서 자칫 강력한 시민저항을 불러올 수 도 있는 문제이다.

하지만 증권업계 등 전문가 집단에서는 복잡한 함수관계가 있지만 하나로텔레콤에 대해 영업정지를 내려 아예 문을 닫게 하는 것보다 일단 영업은 하도록 하되 개인정보 보호조치를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에측도 나오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정승교 애널리스트는 "하나로텔레콤에게 3개월 영업정지와 같은 극단적 제재는 없을 것"이라며 "그 이유는 형평성 문제 및 결합서비스 활성화라는 정부 정책 목표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방통위 고위 관계자는 "하나로텔레콤에 대한 제재수위를 둘러싸고 심각한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며 "어떤 형태의 처벌이 국민경제 전체에 가장 합리적이고 최선의 방안인지를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방통위는 하나로텔레콤에 대한 처벌과는 별도로 KT, LG파워콤 등 다른 사업자들의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실사를 벌일 예정이며,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단은 이들 업체들의 불법행위에 대해 사실확인 작업을 거의 마치고 조만간 이를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연합뉴스) 류현성 기자 rhe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