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일본 동북지방을 강타한 지진은 규모 7.2의 강진에도 불구하고 건물 피해가 이례적으로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테(岩手)현과 미야기(宮城)현 내륙부에서 발생한 이번 지진은 작년 7월 니가타(新潟) 지진과 1995년 한신(阪神) 대지진에 필적하는 강한 진동을 보였으나 주택 등 건물 피해는 15일 오전 현재 전파 1채를 포함해 총 12채로 집계됐다.

한신 대지진에서는 전파 10만5천채, 반파 14만4천채의 피해를 냈으며, 니가타 지진에서도 전파 1천319채, 반파 5천621채로 수천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었다.

그러나 이번 지진에서는 가옥 피해가 적은 덕분에 이재민도 도로가 끊겨 고립된 주민들을 빼놓고는 거의 없는 상태다.

또한 인명 피해도 산사태로 인한 피해만 있을 뿐 건물 붕괴로 인한 사망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강한 진동에도 불구하고 지진파의 주기가 짧았던 점과 동북 지방의 주택들이 지진에 강한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한 전문가는 지진이 건물에 피해를 주려면 진동 주기가 1.5초 전후가 돼야하는데, 이번 지진의 진동은 1초 이하의 주기를 보였다고 말했다.

또한 눈이 많이 내리는 지형 특성상 주택들이 눈이 쌓이지 않도록 철판 지붕을 사용, 기와 지붕에 비해 가볍고, 한파 대책으로 창문이나 출입문을 작게 만든 독특한 건물 구조도 피해를 줄이는데 도움이 된 것으로 분석됐다.

일본 주택은 건축기본법상 진도 7 정도의 강진에도 붕괴되지 않도록 내진 설계를 하게 돼 있다.

이러한 내진 기준을 충족하고 있는 주택의 비율은 2003년 현재 전국적으로 75%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와테, 미야기현에서는 전국 평균을 밑돌고 있으며, 특히 진앙지에서 가까운 이와테현 오슈(奧州)시는 65%에 불과했으나 건물 벽과 담에 균열이 생기는 정도에 그쳤다.

하지만 건물 피해는 적었던 반면에 산사태나 도로 붕괴 등의 피해는 지난해 니가타 지진보다 훨씬 큰 것으로 파악됐다.

구리하라(栗原)시의 산간 지역에서는 산 능선이 통째로 주저앉는 등 이번 지진의 산사태 규모는 중국의 쓰촨(四川)성 지진에 맞먹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이는 겨울에 내렸던 눈이 녹으면서 땅속으로 물기가 스며들어 지반이 전체적으로 물렀기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도쿄연합뉴스) 이홍기 특파원 lh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