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에 주저앉았던 코스피 지수가 이틀째 힘을 못쓰고 있다.

장 초반 1800선을 중심으로 등락을 거듭하던 지수는 매도세력 쪽에 다소 힘이 실리며 하락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10일 오전 10시 53분 현재 코스피 지수는 전일대비 22.21P(1.23%) 하락한 1786.75P를 기록하며 다시 1780선으로 밀려난 상황이다.

이날 증권사들은 저가 분할 매수를 권하는 의견을 많이 내놨다.

하나대투증권의 곽중보 애널리스트는 “유가 급등과 미 증시 급락에 따른 국내 증시의 조정폭 보다 유가 급등세 진정과 미 증시 반등에 따른 반등폭이 더 클 수 있다”며 “추가 조정시 분할 매수로 대응하여 주식 비중확대 기회로 삼을 것”을 권했다.

굿모닝신한증권의 이선엽 애널리스트도 “고유가와 원자재 가격 앙등에 따라 정부가 내놓을 경기회복용 카드가 제한적이긴 하나, 국내기업의 2분기 실적전망이 환율효과와 신흥국가의 신규수요 등으로 긍정적”이라며 지수 조정을 분할매수로 접근하라는 시각을 제시했다.

우리투자증권의 이윤학 애널리스트도 “유가가 중단기 저항선에 육박하고 있다”며 급락을 기대하긴 어려워도 향후 안정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입장이다.

메리츠증권의 심재엽 투자전략팀장은 이날 벤 버냉키 美 연준 의장의 경기관련 연설에서 향후 방향에 대한 힌트를 뽑아냈다.

심 팀장은 “버냉키 의장이 미국경제의 하방위험성이 낮아졌다며 향후 물가를 잡는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며 “이는 향후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며, 유가 상승 안정 및 조정 가능성, 그리고 물가 상승부담 완화시 소비개선에 따른 점진적 경기회복 등을 기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미국 증시는 향후 추가 하락보다 박스권 조정 후 안정화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여러 전문가들의 분석을 종합해 보면 현 조정의 바닥이 그리 멀지만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시장은 논리에 따라 정확하게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투자판단에 사람의 심리가 반영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유가 상승의 악순환은 이미 노출된 악재인데 시장이 계속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추가 하락 리스크가 제한적이긴 하지만 본격적인 상승추세 회복에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동양종금증권의 이재만 애널리스트의 지적은 곱씹어 볼 만 하다.

바닥이 가까워 오는 조짐이 여기저기서 보이고는 있지만, 이는 동시에 아직 바닥을 치지는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무릎에서 사서 어깨에서 팔라’는 증시 격언이 있다. 바닥을 앞둔 상태가 내려가는 무릎, 바닥을 치고 반등한 상태를 올라가는 무릎이라고 볼 때, 내려가는 무릎을 매수시점으로 택할 지 올라가는 무릎을 택할 지는 물론 투자자의 판단일 것이다.

그러나 정신건강에는 올라가는 무릎 쪽이 더 좋지 않을까 싶다.

한경닷컴 이혜경 기자 vix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