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물가인상 등 부정적인 소비심리로 서민들의 생활고가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명품과 저가 상품 소비가 늘면서 관련 유통주들이 긍정적인 실적 흐름을 이어가고 있어 주목된다.

1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소득수준의 향상과 함께 소비지출에서 '삶의 질'이 중시되면서 소비양극화 추세가 강화되고 있다.

실제로 올들어 5월까지 각 백화점의 명품 매출은 전년동기보다 25% 이상 증가하는 등 호황을 누리고 있다. 저가 상품 판매가 주를 이루고 있는 온라인쇼핑몰 거래액도 지난 1분기에 전년동기대비 15.9%의 증가율을 기록, 백화점(6.9%)이나 대형마트(9.1%)보다 높은 성장세를 나타냈다.

이같은 행태는 소비자들이 과거와 달리 소비에서 '감성적인 측면'을 중시하는 한편 소비를 지극히 '합리화'하는 양면성을 보이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투자증권은 "최근 소비자들은 감성이 충족되면 기꺼이 비싼 가격을 지불하며 구매력 축적을 위해 소비를 합리화하고 있어, 중가품 시장이 배제되는 현상이 강화되고 있다"며 "최근 고물가 추세로 소비양극화는 단기적으로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증권업계에서는 명품과 자체 브랜드(PL) 상품을 주무기로 삼고 있는 신세계와 고급 백화점의 대명사격인 현대백화점을 소비 양극화에 따른 수혜주로 꼽고 있다.

키움증권은 이날 신세계에 대해 PL상품과 명품의 효자 역할로 소비경기 악화에도 하반기 실적이 양호할 전망이라며 매수 투자의견과 목표주가 70만원을 제시했다.

손윤경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물가 상승과 경기 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신세계의 지난달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월 대비 각각 12.1%, 14.9%씩 증가했다"며 "상반기 실적 개선을 이끌었던 PL 상품 및 명품의 매출 호조가 하반기에도 유지돼 견조한 실적을 이어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손 애널리스트는 "5월 소비자기대 지수가 92.2로 다시 100 이하로 하락하는 등 향후 경기 전망은 좋지 않지만 소비심리 부진으로 보다 저렴한 제품을 찾는 고객이 늘어나며 PL제품의 수요 증가를 이끌 것"이라고 진단했다.

대우증권과 우리투자증권도 신세계에 대해 양호한 실적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며 각각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80만원을 유지했다.

동양종금증권은 지난 5일 현대백화점에 대해 지난 4~5월 매출액 성장율이 1분기 추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매수 투자의견과 목표주가 13만원을 유지했다.

한상화 동양증권 애널리스트는 "소비심리 위축 가능성이 대두되는 가운데 현대백화점이 보유한 대부분의 점포들이 견조한 매출액 신장을 보이고 있는 것은 물가 상승으로 인한 객단가 상승(5%수준)도 영향을 미쳤으나 현대백화점의 경쟁력, 즉 서울 중심의 점포 보유 및 고급 백화점으로서 해외 소비를 대체할 수 있는 유통채널이라는 점 등에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5월 현대백화점의 명품 매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2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양증권은 현대백화점의 2분기 매출액 및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각각 4.8%, 6.3% 증가한 4637억원, 544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저가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유통 경로로 정착된 온라인 쇼핑 관련 종목인 인터파크도 유망주로 꼽혔다.

김창권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G마켓과 인터파크는 유가 상승 등 외부 악재에 둔감한 실적 호전이 예상된다"며 "온라인쇼핑이 일 본의 100엔샵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대우증권은 G마켓의 2분기 영업이익이 전분기와 비교해 11.2%, 전년동기와 비교해 51.2% 증가한 115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판매제품 카테고리가 확대되고 판매자 이외의 신규 광고주 확보 등 온라인광고 매출 비중 증가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김 애널리스트는 "인터파크는 쇼핑사업부의 외형 성장을 위한 마케팅비용 집행 확대에도 불구하고 온라인교육(DCM), 온라인마트 등 적자 신규사업을 정리한 구조 조정의 효과가 3분기부터 반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chs879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