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럴당 130달러를 넘어선 고유가 속에서 원ㆍ달러 환율마저 1000원대를 넘어서는 고공비행을 지속하자 기업들이 연초 마련했던 하반기 경영전략 수정에 비상을 걸었다.

현대ㆍ기아자동차는 고유가와 원자재값 급등으로 인한 원가 부담을 더이상 감당하기 힘들다는 판단에 따라 7월 이후 차값 인상을 본격 검토키로 방침을 정했다.

고유가로 인한 시장 수요 변화에 맞추기 위해 아반떼급 이하 중ㆍ소형차 생산비중도 늘리기로 했다.

하이닉스반도체도 사업환경 변화에 맞춰 연초 910원으로 잡았던 사업기준 환율을 하반기에 950원대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삼성그룹은 올초 향후 3년간의 국제유가 평균치(두바이유 기준)를 배럴당 67달러로 잡았지만 당분간 고유가 행진이 지속될 것으로 판단,90달러 이상으로 상향조정했으며 일부 계열사는 99달러로까지 높여잡았다고 밝혔다.

◆경영계획 손대기도 겁난다

국제 유가는 물론 각종 원자재 가격이 천정부지의 상승세를 이어감에 따라 하반기 경영계획을 수정하는 작업조차 착수하지 못하는 기업도 수두룩하다.

포스코는 원료가격과 환율,철강시황 등을 감안해 경영계획을 조정하고 있지만,올해는 해외도입 철광석 가격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아 하반기 경영계획을 짤 엄두도 못내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원료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으면 어떤 것도 손대기 어렵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지금의 고유가 상황이 구조적인 현상으로 자리 잡을 개연성이 큰 것으로 판단,중ㆍ장기 경영계획 재편과 함께 단기적으로는 재무리스크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SK그룹은 경영환경에 관한 자체 예측능력을 높이기 위해 회사별,시나리오별 전략을 마련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경기 침체가 본격화될 것에 대비,최대한의 유동성 확보와 함께 사업 전반의 비용 효율성도 점검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배럴당 100달러 이상의 고유가 추세가 지속되면 스태그플레이션(인플레속 경기침체)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보고 적극적인 리스크 관리체제로 전환했다.

특히 환율 변동성 확대로 인해 원료 구매 및 제품 수출 때 환 리스크 노출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원유구매 대금 및 제품수출 대금의 발생시점을 일별로 수시 파악하고,수출로 확보하는 달러화는 즉각 선물환 등으로 헤지하는 대응 전략도 강화하기로 했다.

◆리스크 관리가 최우선 목표

현대ㆍ기아차는 고유가가 추세적 흐름으로 굳어지면 고연비 자동차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는 등 시장 수요에도 적잖은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고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하반기부터 대형 세단과 경유를 연료로 쓰는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 수요가 눈에 띄게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연비가 높은 중ㆍ소형차 생산비중을 늘려 시장수요 변화에 대처한다는 계획이다.

SK와 한화는 경기 침체기에 대비해 고부가가치 특화제품 생산을 늘리기로 했다.

범용제품은 위기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지만 1등 제품,특화제품은 수요가 꾸준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SK는 해외 자원 개발과 신약ㆍ대체에너지 등 신기술 투자를 강화할 방침이다.

대한항공은 지속적인 비용 절감과 비즈니스석 판매 확대를 통한 수익성 향상에 초점을 두기로 했다.

김수언/손성태/이태명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