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초대 내각이 10일 출범 107일 만에 일괄 사의를 표명하는 사태를 맞았다.

지난 6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전원이 사의를 밝힌 지 나흘 만이다.

내각과 청와대 참모진이 일시에 물러나겠다는 초유의 일이 발생한 것이다.

'사람 자르기'를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 이명박 대통령이 '쇠고기 파문'으로 촉발된 민심 악화를 그만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내각 및 청와대 참모진의 '대수술'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미 청와대는 후임 인선 작업을 벌이고 있다.

◆누가 교체되나

예상보다 교체폭이 커질 것이라는 데 이의를 다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러나 정확하게 누가 언제 교체될지는 이 대통령 외에 점치기가 힘들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속내를 전혀 드러내지 않고,이리저리 의견을 듣고만 있다"고 전했다.

가장 큰 관심은 총리와 대통령실장 '투톱'의 교체 여부다.

두 사람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전체적인 인사폭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이 가장 고심하는 대목이다.

최근까지 한승수 총리는 유임되고 류우익 실장은 교체될 것이라는 분위기가 강했다.

그러나 '박근혜 카드'가 부상하면서 총리도 다시 검토하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류 실장은 물러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박영준 기획조정비서관이 사퇴함에 따라 유임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총리가 교체되면 개각폭은 중폭 정도는 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전 대표는 공식적인 제의가 올 경우 헌법상 총리 권한 보장 등을 전제로 검토해볼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의 발탁설도 나온다.

현재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과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김도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등이 교체 대상으로 우선 거론되고 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등 1~2명이 더 포함될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정 농림 후임으로는 이명수 전 덴마크 대사,서규용 한국농어민신문 사장,윤석원 중앙대 교수,정학수 농림부 차관,권오을·홍문표 전 의원 등이 복수 채널의 검증을 받고 있다는 후문.복지부 장관 후보로는 한나라당 전재희 의원이 유력한 가운데 한나라당 안명옥 전 의원,신상진 의원 등이 후보군에 포함돼 있다.

김 교과부 장관의 후임으로는 안병만 미래기획위원장과 오세정 서울대 자연대 학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재정부 장관이 개각 대상에 포함될 경우 윤진식 전 산자부 장관과 윤증현 전 금감위원장,김석동·진동수 전 재경부 차관,한나라당의 이종구 의원 등이 가능한 후보군으로 꼽히고 있다.

청와대 참모진의 교체폭은 클 것으로 예상된다.

류 실장을 바꾸면 최근 한국금융지주 회장에 영입된 윤진식 전 산자부 장관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관측된다.

맹형규 권오을 전 의원,박세일 서울대 교수,윤여준 전 의원 등도 물망에 오르고 있다.

박재완 정무,김중수 경제,김병국 외교안보,이종찬 민정수석 등의 교체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정무수석에는 맹형규 권오을 전 의원이,민정수석에는 정종복 전 의원이 일찌감치 거명되고 있다.

◆인적 쇄신 발표는 언제

인적 쇄신은 청와대 참모들부터,내각은 그 다음에 이뤄질 것이라고 청와대의 한 참모는 밝혔다.

수석들의 경우 절차상 대통령이 임명하면 그만이다.

이 때문에 후임만 결정되면 바로 발표할 수 있다.

그러나 장관은 청문회를 거쳐야 하는데 국회 원구성조차 안돼 있어 인선이 빠를수록 내각의 공백만 길어진다.

인적 쇄신 발표는 이르면 이번 주 내에 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지만,다음 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청와대는 국정 공백을 최소화 하기 위해 가급적 후임자까지 함께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검증 문제가 걸려 있다.

초대 내각 및 청와대 참모들 인선 때 재산 문제로 호되게 당한 적이 있어 이번엔 철저하게 검토하다 보니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내각 정상적 운영

대통령이 내각의 사의 표명을 수용하기 전까지 각 부처는 현재의 장관을 중심으로 정상적으로 운영된다.

문제는 대통령이 선별해 내각 사표를 수리한 이후다.

만약 총리와 일부 장관들의 교체가 확정되는 등 중폭 이상의 개각이 이뤄지면 내각은 '대행체제' 운영이 불가피하다.

18대 국회가 아직 개원하지 않은 상황이어서 국정 공백 사태는 장기화될 수 있다.

청와대 참모진 개편과 달리 개각폭은 가급적 줄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홍영식/박수진/이준혁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