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 등 원자재값 급등 여파로 지난달 생산자물가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이 약 10년 만의 최고인 11.6%를 기록했다.

생산자물가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데다 국제 유가가 여전히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상당기간 물가 불안이 지속될 전망이다.

◆거침없이 오르는 물가

1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생산자물가는 올 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1월 5.9%이던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2월 6.8%,3월 8.0%,4월 9.7%,5월 11.6%로 매달 높아지는 추세다.

특히 5월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1998년 10월(11.7%) 이후 최고다.

생산자물가가 이처럼 급등하는 것은 국제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값이 크게 오른 데다 원.달러 환율마저 연초보다 높은 1000원대에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유가 급등에 환율 효과가 가세하면서 물가 상승에 가속도가 붙은 셈이다.

실제 5월 생산자물가를 부문별로 보면 농림수산품은 전년 동월 대비 1.2% 하락했지만 고유가와 고환율 충격에 고스란히 노출된 공산품(음식료 석유.화학제품 금속1차제품 등)은 전년 동월 대비 16.6%나 상승했다.

생산자물가뿐만이 아니다.

요즘 물가란 물가는 모두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4월 원재료물가는 56.0%나 뛰었고 수입물가는 31.3% 올랐다.

두 가지 물가 모두 약 10년 만의 최고 수준이다.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6년11개월 만의 최고인 4.9%까지 치솟았다.

◆물가대책 '백약이 무효'

문제는 물가 불안이 앞으로 상당기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당장 5월 생산자물가 상승분 중 일부는 향후 소비자물가에 반영될 것이 확실하다.

한은 관계자는 "생산자물가는 2~3개월 뒤의 소비자물가에까지 영향을 준다"며 "6~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대에 진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국제 유가가 여전히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는 점은 물가 당국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 수입원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 9일 사상 처음으로 배럴당 130달러를 돌파했다.

골드만삭스 등 해외 투자은행(IB)은 국제 유가가 배럴당 150~200달러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유가가 이런 식으로 오르면 정부가 아무리 물가 대책을 내놔도 소용이 없다.

비용 측면에서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져 결국 제품가격에 반영될 수밖에 없는 데다 자칫하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마저 높아져 연쇄적인 물가 상승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성태 한은 총재도 최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이후 인플레이션 기대심리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었다.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은 "지금 추세라면 소비자물가는 당분간 한은의 관리 범위 상한선(3.5%) 이내로 들어오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