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는 컴퓨터 시대가 오면 입는 전지가 필요할 것이란 다소 낭만적인 생각이 개발의 씨앗이 됐습니다.

그런데 최근 세계가 고유가 파동을 겪는 걸 보면서 마음이 급해졌죠."

평생 유기화학을 연구해온 계광열 아주대 분자과학기술학 교수(64)가 태양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는 고효율 '염료감응 태양전지 유기소재(일명 유기염료)' 개발에 본격 나섰다.

유기염료는 태양광을 전기에너지로 바꿔주는 화학물질이다.

관련 기술에 대해 특허 3건을 출원한 계 교수는 이 기술을 활용,상업화 하기위해 지난달 말 레이저 가공기기 생산 회사인 한광(지분 60%)과 손잡고 벤처기업 '솔라시스'를 출범시켰다.

박사급 연구원 3명을 중심으로 김강진 고려대 교수팀,스위스 로잔공대의 그라첼 교수팀과 공조체제를 갖췄다.

계 교수는 "상용화에 나서는 유기염료는 효율이 9%에 달해 전력 제조 단가를 실리콘 소재의 3분의 1로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효율'이란 빛에서 받아들인 광자를 전기화하는 능력으로,효율이 9%이면 광자 100개 중 9개가 전기로 생산된다는 얘기.그는 "지금까지 발표된 유기염료의 최고 효율은 그라첼 교수팀의 11.12%이지만,1그램에 200만원이나 하고 불순 소재가 포함돼 있어 학술용으로만 쓰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계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유기염료는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고 대량 생산이 쉽다고 설명했다.

시설물에 페인트처럼 발라서 사용하기 때문에 가볍고 투명해서 건물 유리창을 집열판으로 만들 수 있다.

차 유리에 적용할 경우에도 동력을 얻을 수 있다.

또 휴대폰이나 노트북 컴퓨터 등 전자제품에도 폭넓게 사용할 수 있다.

옷에 염료를 도포하면 입는 컴퓨터용 전력을 생산할 수 있고,겨울철 발열복도 만들 수 있다.

"화석연료는 매장량이 한계가 있습니다.

반면에 무공해 태양에너지는 무궁무진합니다.

그러나 이를 이용한 에너지 생산량은 전체의 1만분의 1도 되지 않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에 연구실 가운을 걸친 채 비즈니스 세계로 뛰어들었죠."

계 교수는 서울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인디애나주립대 유기화학 석사,독일 하이델베르크대에서 유기화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파크데이비스연구소와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등을 거쳐 1987년부터 아주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그는 "지난 36년 동안 유기화학을 연구해오며 쌓은 경험과 지식을 이번 유기염료 개발에 모두 쏟아붓고 있다"고 말했다.

태양광 시장은 오는 2010년이면 50조원에 이르고,이 중 30%(15조원 시장) 정도는 유기염료로 대체될 것이라는 게 계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효율 9%에 만족하지 않고 세계 최고 효율 유기염료 원천특허를 확보하는 게 1차 목표"라며 "효율을 검증받으면 6개월 이내에 상품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