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끝난 한국미드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에서 '낯선 얼굴'이 눈길을 끌었다.

2라운드 합계(우천으로 1라운드는 취소됨) 1오버파 145타(71·74)를 기록해 개인전 3위에 오른 김화영씨(54)다.

국내 아마추어 대회의 내셔널 타이틀 격인 이 대회에는 전국의 내로라 하는 고수 대부분이 출전한다.

처음 나온 사람이 3위에 오른 것은 이변에 가깝다.

김씨는 '음식점 사장'이다.

유통업을 해오다 1997년 외환위기 때 부도를 내고 고향인 경기 포천으로 내려가 몽베르CC 앞에서 '궁예가든'을 운영하고 있다.

골프 경력은 20여년.1988년 사업차 호주에 6개월간 머물면서 골프를 시작했다.

대학교 때까지 축구 선수로 뛰었을 정도로 체력이 좋고 운동신경이 뛰어난 김씨는 1년도 안 돼 '싱글'이 됐다.

그는 알아주는 장타자다.

평균 드라이버샷 거리가 300야드에 육박한다.

이번에 함께 대회에 출전한 아마고수들은 김씨가 국내 장타자로 다섯손가락 안에 들 것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올해 경기도체육대회 골프 개인전에서도 우승했던 그는 "경기도에서는 최고로 인정받았는데 전국 무대에서는 어느 정도 실력일까 알고 싶어서 미드아마대회에 나왔다"고 말했다.

김씨는 왼손잡이여서 당초 '왼손골프'를 했다.

그러나 2002년 오른손으로 바꿔서 치기 시작했다.

"한 골프장 파3홀에서 왼손으로 치려고 하는데 사인을 주고 기다리던 앞 팀에서 '왜 뒤로 볼을 치려고 하는 거야'라고 비아냥거리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그날 이후로 오른손 골프를 시작했습니다. 처음 몇 달간 90타대 중반을 쳤으나 1년 만에 이븐파를 기록했습니다."

그는 오른손으로 바꾼 후 10언더파 62타의 스코어를 냈다.

몽베르CC 구코스 블루티에서 6연속 버디를 포함한 버디 8개와 이글 1개를 기록하면서였다.

그는 당구도 1000을 칠 정도로 집중력이 남다르다.

"여느 스포츠와 달리 골프는 끝이 없습니다. 지금도 자신이 없어요. 정말 어려운 운동입니다. 원하는 대로 공을 보내기 힘들고 미세한 차이가 큰 실수를 야기하거든요."

그는 장타를 내고 싶다면 처음에 잘 배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처음에는 자신의 본능대로 공을 쳐야 합니다. 슬라이스가 난다고 이를 고치려 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납니다. 본능적으로 공을 치면서 잘못된 부분을 하나하나 수정해 나가는 게 효과적이에요. 교과서에 나온 대로 이건 이렇게,저건 저렇게 하는 식으로 배우면 더 어려워 집니다."

그는 지금도 드라이버샷을 하루에 300개씩 연습한다.

"근력이 떨어지면 안 되니까 꾸준히 드라이버샷을 합니다. 드라이버샷 연습을 하면 아이언샷은 저절로 되거든요. 나머지 시간에는 어프로치샷 연습을 하지요. 스윙은 조절해서 치면 안 되고 강하게 때려야 공이 똑바로 멀리 갑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