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하이텍이 부동산과 주식 등 보유 자산을 잇따라 팔며 현금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반도체 분야 적자를 참고 전진할 힘을 비축하는 것이다.

이는 1조3000억원에 달하는 신디케이트론의 만기 연장 조건이기도 하며, 반도체 투자를 위해서도 돈은 절실하다. 신디케이트론의 이자비용만 해도 매 분기 400억원을 넘는다.

동부하이텍은 지난해 국내 대표적 비료회사인 동부한농과 반도체 업체 동부일렉트로닉스가 합병해 탄생한 회사다.

동부하이텍은 지난 5일 이사회를 열어 동부저축은행 주식 91만여주를 244억2478만원에 동부제철에 매각하기로 결의했으며, 인천 소재 한농 물류창고도 273억원에 동부메탈에 매각키로 했다.

이에 따라 지난 9일 동부하이텍 주가는 6.46% 급등했다. 계획대로 현금을 확보해가는데 대한 시장의 긍정적인 평가로 풀이된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말 신디케이트론의 만기를 5년간 연장하는 조건으로 10일까지 3400억원, 연말까지 6500억원, 내년 말까지 9000억원의 현금을 마련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이번 매각에 앞서 보유 자산과 계열사 지분을 팔아 2600억원을 마련했고 지난 4월에는 동부메탈 주식 60만주를 담보로 800억원을 단기 차입하기도 했다. 따라서 1단계 목표치인 3400억원 이상의 현금 확보는 마무리된 상태다.

또 최근 가격과 수요 강세로 기업가치가 상승 중인 자회사 동부메탈을 내년 상반기 중 상장해 주식 매각으로 현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동부메탈의 매각예상가격을 종전에는 1조2000억원 정도로 추산했으나, 최근 합금철 호조로 1조4000억원 수준으로 올라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김형식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한농 쪽이 갖고 있던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올라 현금 확보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며 "한농 입장에서는 마이너스지만 그룹 차원에서 반도체에 워낙 의욕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동부하이텍은 지난해 국내 대표적 비료회사인 동부한농과 반도체 업체 동부일렉트로닉스가 합병해 탄생한 회사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은 올 초 동부하이텍에 자신이 보유한 동부화재 주식 200만주를 연리 1%에 빌려주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시가로 1000억원이 넘는 금액이다.

반도체는 동부그룹의 오랜 숙원사업이면서 고민거리다. 2002년 이후 동부일렉트로닉스는 합병 전까지 매년 500억원에서 2000억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했으며, 지난해 동부하이텍도 57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보였다.

지난 1분기에는 17억원의 흑자 전환을 했지만, 반도체 부문은 여전히 45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농업과 재료 부문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반도체 적자를 겨우 메운 것이다.

문제는 향후 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김 애널리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농약과 비료 사업 부문에서는 올해도 높은 수익을 올리겠지만 반도체 부문에서는 적자를 지속할 것"이라며 "근시일 내에 공격적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 경쟁사들과의 반도체 기술 격차는 점차 벌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동부하이텍은 올해 반도체 설비에 860억원을 투자할 계획을 세워놓았다. 그렇지만 이는 '공격적 투자'가 아닌 장비 업데이트 수준의 보완 투자에 그친다. 그만큼 기술격차 축소를 위한 자금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한편 10일 오후 1시 45분 현재 동부하이텍 주가는 2.87% 떨어진 9130원에 거래되고 있다.

한경닷컴 박철응 기자 he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