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생명 설계사로 일하고 있는 장금선씨(43).그는 올 6월에도 어김없이 해외여행을 떠난다.

벌써 10년째다.

이제 안 가본 곳보다 가본 곳이 더 많단다.

지난해에는 캐나다에 다녀왔고,올해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둘러본 뒤 파리를 거쳐 돌아오는 스케줄이다.

2002년에는 해외여행의 '마지막 코스'라고 불리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의 희망봉(Cape Point)을 밟기도 했다.

장씨가 이처럼 세계일주를 할 수 있는 것은 해마다 동양생명의 연도대상에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매년 5,6월이면 대부분의 보험사들은 지난 한 해 동안 우수한 실적을 거둔 설계사를 대상으로 연도대상 시상식을 개최한다.

연도대상 시상식은 보험사에서 가장 중요한 연례행사다.

사장을 비롯 경영진이 총 출동한다.

일류 호텔의 대형 홀을 통째로 빌리는 것은 기본이고,하와이 상하이 푸껫 등 해외에서 2~3일씩 축제를 벌이기도 한다.

수상자들에 대해서는 두둑한 상금과 함께 해외여행과 같은 특전이 제공된다.

올해 동양생명의 연도대상 수상자 70여명은 지난 4일부터 7박8일간의 일정으로 스페인과 포르투갈로 여행을 떠났다.

보험사들이 이처럼 우수 설계사들에게 공을 드리는 것은 '영업이 곧 경영'이고,우수 설계사들이 경쟁력의 밑천이기 때문이다.

보험영업은 일반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종의 영업과 크게 다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상품인 데다 사고가 발생하지 않으면 실체가 뚜렷이 보이지도 않는 것이 보험이다.

보험 영업이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수많은 직장인이나 전업주부들이 보험영업에 발을 들여놓지만 1년 동안 탈락하지 않고 살아남는 비율은 10명 중 4명꼴에 불과하다(설계사 13개월차 정착률 42%).나머지는 "보험영업은 내가 할 일이 못된다"며 돌아선다.

특히 은행의 보험판매(방카슈랑스),홈쇼핑 보험판매 등 신규 판매채널이 급속히 확대되면서 설계사들의 설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07년 9월 말 현재 보험 설계사 수는 20만8000명으로 10년 전의 1997년 44만명에 비해 절반으로 감소했다.

보험사에 전속되지 않는 대리점 설계사를 포함하더라도 그 숫자는 29만명 선에 그친다.

설계사의 연봉은 어떨까.

금감원 조사에 따르면 2007년 9월 말 기준으로 설계사의 월 평균 소득은 305만원이다.

사상 처음으로 300만원을 넘었다.

특히 외국계 생명보험 설계사의 월평균 소득은 511만원으로서 신종 고소득 직업으로 자리잡고 있는 양상이다.

물론 이는 평균일 뿐이다.

설계사 가운데 억대연봉도 수두룩하다.

보험업계는 연간 1억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고 있는 설계사가 약 8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전체 설계사의 3~4% 안에 들어야 억대 연봉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이들의 성공 비결은 뭘까.

대한생명이 올해 초 자사의 2만5000여명 설계사 가운데 상위 1%에 드는 300명(평균 소득 2억2000만원)의 설계사를 대상으로 성공 비결을 조사한 결과 56%가 '성실과 신용'을 꼽았다.

다음이 금융지식(13.3%) 인맥(13.0%) 자아실현(10.4%) 주위의 도움(7.3%) 등으로 나타났다.

흔히 영업 밑천으로 여겨지는 '인맥'과 '주변의 도움'은 억대 연봉 설계사로 성공하는 데 곁가지일 뿐이라고 할 수 있다.

응답자 가운데 28%는 주말에도 고객방문이나 경조사 참여 등을 통해 영업활동을 한다.

이들에게 일주일은 '월 화 수 목 금 금 금'이란 얘기다.

대한생명 관계자는 "인맥도 물론 영업에 도움이 되지만 이것만으로 설계사로 성공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금융 상품이 다양해지고 인터넷에 정보가 넘쳐나지만 최고의 금융컨설턴트가 되려면 남들보다 한발 앞서 뛰고 더 많은 고객과 자주 만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문에 참여한 억대 설계사들은 1인당 보유고객이 710명에 이르고,매일 7명의 고객을 만나 상담하며 19통의 전화통화와 8시간 이상의 영업활동을 한다.

이들의 89%는 '자신의 첫인상이 좋다'고 말했으며 66%는 '말을 잘 하는 편'이라고 대답했다.

상위 1%에 진입한 설계사의 나이는 평균 44세(남자 38.4세,여자 46.7세)였으며 경력은 평균 8년4개월(남자 3.9년,여자 10.6년)이었다.

이들은 모두 영업의 달인이지만 보험 한 건을 체결할 때까지 평균 4번 정도 고객을 만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억대 설계사의 전직(前職)을 보면 남성의 경우 사무직(39%) 자영업(18%) 세일즈(13%) 서비스업(11%) 등의 순이었고,여성은 전업주부(45%) 자영업(21%) 사무직(12%) 서비스업(7%) 순이었다.

삼성생명에서 9년 연속 보험왕에 오른 예영숙씨는 후배들에게 '불광불급(不狂不及)'이라는 말을 했다.

' 미치지 않으면 이룰 수 없다'는 각오로 전력투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