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차 등 기물 파손 땐 시위대 배상"
"방패 등 과잉진압 사고 땐 국가 배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에 반대하는 촛불시위가 계속되면서 일부 폭력시위 및 과잉진압 양상도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법원은 이에 대해 엄격한 배상 책임을 묻는다.

폭력시위를 벌였을 경우 집시법 위반이나 공무집행 방해 등의 혐의로 형사처벌 받을 수 있고 이번 촛불시위의 `군홧발 여대생 폭행' 사례에서 보듯 무리하게 시위를 진압한 경찰도 사법처리 대상이 되지만 법원은 형사책임은 물론 민사상 책임에 대해서도 엄하게 판단하고 있다.

9일 대법원에 따르면 전주지법은 지난 1월 쌀 협상 국회비준 반대 농민대회에서 진압경찰이 휘두른 경찰봉 등에 맞아 숨진 홍덕표씨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6천4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홍씨가 진압경찰에게 맞았다는 `직접 증거'는 없었으나 재판부는 시위를 진압하던 경찰이 방패를 방어용으로 쓰는 것을 넘어 공격용으로 쓴 사례가 자주 나타났고 공격적인 시위 진압을 독려하는 지시가 있었던 점 등을 감안해 홍씨가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뒷목을 맞아 숨졌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방패와 같은 경찰 장비는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사용해야 한다"며 "방패 등으로 상대방을 가격할 때는 신체에 상해를 입힐 위험성이 있음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고 경찰봉을 쓸 때도 신체에 대한 위해를 최소화하도록 주의해야 한다"며 경찰의 무리한 진압을 불법행위라고 봤다.

청주지법도 지난해 7월 시위 도중 전경이 던진 돌에 눈을 맞아 실명한 시민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몸싸움을 하며 대치하는 상황에서 시위대에 돌을 던지는 것은 정당한 경찰관 직무 집행의 범위를 넘어선 불법행위"라며 1억6천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법에서도 2005년 비정규직 철폐를 주장하는 집회에서 시위대 맨 앞에 섰다가 경찰 방패 모서리로 얼굴을 맞았던 이모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50만원의 위자료를 인정한 사례가 있었다.

불법적 폭력시위로 경찰차량 등의 기물이 파손됐을 때 시위대에 배상 책임을 물리는 판결도 여러 차례 나왔다.

청주지법은 지난해 7월 한미FTA 반대 집회를 벌이던 시위대의 불법행동으로 경찰차량이 훼손되고 도청의 담이 부서졌다며 충북경찰청과 충북도가 시위대 11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1천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평화적인 집회와 시위는 법이 인정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보장해야 하지만 이를 넘어서서 폭력을 동반하는 불법시위로 변질할 때는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울산지법도 2003년 비정규직 반대 집회를 열면서 왕복 4차선 도로를 점거한 채 울산시청에 보도블록 등을 던져 2천700여만원의 재산피해를 입힌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와 간부 20여명 등에게 피해액 전액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었다.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nar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