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인 7일 아테네와 로마, 바르샤바 등지에서 열린 동성애자 집회 '게이 프라이드' 행진에 수만명이 참여,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유럽에서 동성애자가 여전히 동등한 권리를 누리지 못한다는 사실에 대중이 관심을 갖도록 촉구하기 위해 집회에 참여했다고 주장했다.

이탈리아 출신 블라디미르 룩소리아는 로마 집회에서 "우리는 과거보다 더 많은 이유로 집회에 참가하게 됐다.

수만명이 행진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로마에서는 올해 특히 쟈니 알레마노 로마시장이 지난 달 게이 프라이드 집회를 '성(性) 전시회'라고 비난하면서 집회가 누구에게도 피해를 끼치지 않도록 하겠다고 한 발언 때문에 더욱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이탈리아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이끄는 보수파 연합이 바티칸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 기류가 동성애자의 인권에 더 이상 우호적인 것으로 보기 어렵다.

동성애자 권리 옹호단체의 한 관계자는 "게이 프라이드가 점점 더 자유를 얻기 위한 집회, 권위주의에 도전하는 집회가 돼 가고 있다"고 말했다.

바르샤바에서는 2천여명이 거리 행진에 참여했지만 가톨릭 세력이 강한 폴란드에서 동성애에 대한 여론이 매우 적대적인 게 현실이다.

바르샤바 주요 도로에서는 장식차가 댄스음악에 맞춰 행진하는 동안 혹시 극우파 단체들이 동성애자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한 경찰이 많은 병력을 배치했다.

폴란드에서 동성애자는 통상 성도착자, 환자, 죄인 등으로 간주되며 성인 69%는 "그들(게이)은 성문제에 대해 입 다물고 있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

바르샤바 시는 지난 2005년 게이 프라이드 집회를 금지, 유럽연합(EU) 인권재판소로부터 "유죄" 선고를 받은 바 있는데 당시 시장이 현재의 레흐 카진스키 대통령이다.

보수 가톨릭 계열의 카진스키는 2004년에도 게이 프라이드 집회를 금지했지만 2006년과 2007년 집회는 극우 가톨릭 단체 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진행됐다.

반면 아테네에서는 최근 그리스 내 '첫 동성애자 간 결혼'이 이뤄진 뒤 분위기가 고조돼 2천명의 게이와 레즈비언이 거리행진을 벌였고 참가자는 작년대비 두 배로 늘어났다.

(로마 AFP=연합뉴스) ks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