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상승의 소용돌이에도 유럽인들은 비교적 잘 참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 고유가로 고통을 겪는 소비자들의 시위가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고유가 문제가 각국의 주요 정치 현안이 되고 있지만 유럽에서는 미국보다 유가가 훨신 높음에도 불구하고 유가 급등이 중요한 정치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지 않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물론 영국 런던에서 지난 27일 화물차 운전자들이 고유가로 차량 유지비를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주요 도로를 점거한 채 시위를 벌이고 프랑스에서도 어부들이 유류 저장소 등을 막고 농성을 하는 등 유럽 국가들에서도 유류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세금을 낮추라고 정부를 압박하는 항의사태가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특이한 것은 휘발유 소비자 가격이 갤런당 9달러 가까이 달해 4달러에 못 미치는 미국에 비해 훨씬 비싼 유럽에서의 고유가에 항의하는 정도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점이다.

미국의 5월 휘발유 소비자가 평균은 갤런당 3.72달러인 반면 프랑스는 8.44달러, 영국은 8.42달러, 독일은 8.38달러, 오스트리아는 7.66달러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지난 1년간 가격 상승률은 미국이 20%인데 반해 영국은 17%, 오스트리아는 15%, 프랑스는 8%, 독일은 4% 정도여서 미국보다는 낮은 편이다.

신문은 유럽에서 고유가 문제가 상대적으로 덜한 이유로 전문가들은 고유가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는 숙명론이나 어쨌든 유류 소비를 줄여야 한다는 환경보호 의식이 강해지고 있는 점 등을 지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영국의 경우, 일부 노동당 의원들이 고든 브라운 총리에게 노후 차량에 대한 도로세 인상계획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리터당 25센트를 올리는 유류세 인상계획을 연기하라는 요구도 있지만 영국 정부는 아직까지는 그 정도가 상대적으로 약한 항의 시위에 잘 버틸 수 있을 것으로 보이고 있다.

독일의 경우도 유가 문제를 주요 정치 현안으로 보는 유권자들은 소수에 그치고 있다고 여론조사기관인 포사를 이끄는 맨프레드 귈너는 밝혔다.

이 같은 이유로는 독일 정계나 사회에서 환경 문제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27일 유류에 부과되는 부가가치세를 일부 감면할 것을 유럽연합(EU) 회원국에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유럽위원회 관계자들은 27개 회원국의 합의가 필요한 이런 제안을 한 것에 당혹해하면서 이는 좋은 구상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한편 유럽연합(EU)은 프랑스와 영국 등 역내에서 유가 급등에 항의하는 시위가 확산되고 있음에도, 유류세 인하에 반대한다는 기존의 방침을 고수할 것이라고 호아킨 알무니아 EU 경제담당 집행위원이 28일 밝혔다.

(뉴욕연합뉴스) 김현준 특파원 ju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