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증권이 업계 내 경쟁심화와 범현대가 내 역학관계에서 외톨이 신세가 되면서 고난의 행군을 계속하고 있다. 주가도 지난해 고점대비 반토막 이하 수준으로 밀렸다.

늪에 빠진 현대증권이 어떤 전략으로 벙커탈출을 시도할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 M&A 기대감 소멸 이후 '시나리오'는?

26일 9시55분 현재 현대증권은 전 거래일보다 50원(0.35%) 오른 1만4250원을 기록 중이다. 현 주가 수준은 지난해 7월 26일 기록한 연중 최고가 3만4500원 대비 58.70% 급락한 상황이다. 지난 22일에는 1만3000원으로 52주 신저가를 새로 쓰기도 했다.

이 같은 주가 흐름은 신규 증권사 인가에 따른 경쟁심화와 투자심리에 내재돼 있던 범현대가의 인수 기대감이 일시에 썰물처럼 빠지고 있는 것이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현대그룹 측이 현대건설 인수를 위한 자금조달 실마리를 현대증권 매각을 통해 찾을 것이란 예측이 나오면서 현대증권의 범현대가 인수가 사실상 주가 프리미엄으로 작용해 왔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이 올초 신흥증권 인수를 통해 증권업 면허를 이미 취득했고, 마지막 희망으로 거론돼온 현대중공업 인수마저 사실상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CJ투자증권 매각 우선협상대상자 발표가 이번주로 임박한 가운데 현대중공업이 유력 후보로 점쳐지고 있기때문이다. 실제 현대중공업은 최근 항간에 떠돌고 있는 현대증권 인수설에 대한 조회공시 답변을 통해 "사실무근"이라며 입장을 분명히 했다.

증권업계 에서는 이러한 M&A 기대감 무산 외에도 범현대그룹에서 속속 증권사 라이선스를 따내면서 현대증권이 그동안 보이지않게 얻어온 시너지 효과를 완전히 상실할 것이란 우려가 더 크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관련 계열사와 협력업체의 물량까지 급감하면서 고전을 면치못할 것이란 분석이다.

이에 대해 현대증권 측은 "계열분리가 되면서 이미 범현대가와의 고리가 끊어진 지 오래"라며 "일부에서 우려하는 물량이탈 등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 자통업 이후 '비전' 제시해야

막연했지만 큰 영향을 미쳐온 M&A 기대감이 소멸됨에 따라 현대증권은 이제 새로운 활로모색을 위한 중대기로에 서게 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관된 견해다.

위탁수수료 수입이 절대비중을 차지하는 현재의 수익구조로는 신규 경쟁사 난립의 현 상황에서 버티기 힘들다는 분석 때문이다.

증권업계 한 전문가는 "경쟁업체들이 속속 시장에 뛰어들면서 위탁수수료로 견디는 것은 한계상황에 다다랐다"면서 "현대증권은 이제 수익다변화를 위해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자본시장통합법 이후 현대증권의 비전제시가 부재하다는 점도 시장의 신뢰를 잃고 있는 이유라는 평가가 계속되고 있다.

또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과 현대중공업까지 다른 방향으로 증권업 진출을 명확히 함에 따라 현대증권의 설땅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제 자본시장통합법 이후 현대증권의 비전을 명확히 하고 이를 시장에 공개해 평가를 얻을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