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흑인 대통령과 프랑스의 동성연애자 대통령이 손을 맞잡는 일이 실현될 수 있을까.

꿈과 같은 일만도 아니다.

흑인인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이미 미 민주당 대통령 후보 지명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이에 뒤질세라 동성연애자인 프랑스의 베르트랑 들라노에(58) 파리 시장이 오는 11월 예정된 사회당 당권 및 2012년의 대권 도전 의사를 밝히고 나섰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지(紙)가 23일 보도했다.

들라노에 시장은 영국의 토니 블레어 전 총리가 내세운 '제3의 길'과 닮은 프랑스 사회주의 비전을 제시한 자신의 책의 서문에서 "나의 확신과 에너지를 나라를 위해 쏟아부을 준비가 돼있다"며 "민주주의와 사회당이 원한다면 나는 행동할 것"이라고 썼다.

들라노에 시장은 특히 자신의 성적 성향과 관련한 짧은 언급을 통해 "사람들은 파리 사람들 이외엔 동성애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라며 "내가 동성애에 별다른 문제를 느끼지 않는 것처럼 사람들 역시 그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론조사 결과는 일단 들라노에 시장에게 우호적이다.

월간 '르포엥'지(誌)의 이달 조사에 따르면 프랑스인 가운데 57%가 들라노에 시장이 좋은 대통령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한 반면 지난 대선에서 패한 사회당 후보 세골렌 루아얄이 얻은 지지비율은 28%에 그쳤다.

다른 후보들이 존재하긴 하지만 다음 좌파내 선거의 '빅매치'는 들라노에 시장과 세골렌 루아얄 전 대선후보 두 사람 사이의 싸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인디펜던트지는 내다봤다.

그러나 이 같은 여론조사 분위기가 4년후 실제 프랑스인들의 투표행위에 반영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프랑스 언론들은 들라노에 시장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언급하기를 여전히 꺼린다.

인터넷 상의 한 누리꾼은 "들라노에가 우파와 좌파 모두에게 상존하는 동성애혐오증을 무시한다면 스스로의 눈을 찌르는 결과를 자초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jb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