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를 비롯한 전세계 증시가 복병으로 떠오른 유가 탓에 휘청거리고 있다.

지난 20일(현지시각) 사상 처음으로 배럴당 130달러를 돌파한 국제유가가 21일엔 133달러로 오름폭을 한층 더 늘리며 신기록 행진을 이어갔다.

시간외 거래에서는 135달러마저 넘어서고 있다는 소식이다.

미국 연준의 금리동결이 유가 등 원자재 시장의 투기 요소를 제거함으로써 달러가치 회복과 유가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던 예상이 보기좋게 빗나가고 있다.

지정학적 긴장 등 위험 요소들이 부각되고 있는데다 미국의 원유재고 감소 등 수급불안 요인들이 유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고, 달러화도 오락가락하는 미국의 경제지표에 상대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유가 상승에 일조하고 있다.

유동성의 쏠림 현상과 중국의 지진과 같은 일시적인 악재 등이 겹겹히 중첩되고 있어 유가의 추세적인 하락 반전이 근시일내 이루어지긴 어렵다는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이를 반영하듯 국내외 조사 기관들의 유가 전망치는 나날이 높아져가고 있다.

증권시장에서는 예상을 빗나간 시나리오가 단기 급등에 따른 부담과 맞물러 차익실현의 빌미로 작용하고 있다.

1900선을 밟기도 했던 코스피는 나흘만에 고점 대비 80포인트 가까이 급락하며 1820선으로 밀려나고 있다.
최근 이틀간 조정폭만 50포인트에 달하고 있다.

상승 모멘텀이 사라져 그만큼 시장이 악재에 민감한 상태이기 때문에 당분간 국내 증시는 힘든 시기를 거칠 것으로 보인다.

한양증권은 "유가와 관련해 가장 우려되는 대목은 유동성 축소 여부"라면서 "고유가로 주요국의 금리인하 기대감이 점차 멀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증권은 "미국이 경기 침체를 비껴간다 하더라도 후퇴 국면에 있는 것은 사실이고 시간이 갈수록 인플레 압박이 강해지고 있다"면서 펀더멘털 개선을 위해서는 시간이 다소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미국보다는 형편이 낫지만 한국 역시 경기 둔화와 물가상승 압력을 피하기 힘들 것이란 설명이다.

반면 SK증권 원종혁 연구원은 "미국의 물가지표가 추세를 형성했다고 판단하기 힘들다는 점 등에서 극단적인 해석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면서 "요즘 빈번히 발생하는 변동성 확대의 성격을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펀더멘털상의 문제라기 보다는 자율 조절이라는 시각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설명.

인플레 우려가 지수 상단을 제한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직은 남아있는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하단을 제어할 것으로 내다봤다. 단기 추격매수는 자제하되 중장기 시각은 긍정적으로 가져가라고 권고.

대신증권은 유가 변수에 시장이 언제나 내성을 갖고 다시 상승하는 경향이 있었음을 환기시켰다.

유가가 전년 동월 대비로는 두배 이상 올랐고 연간 기준으로도 30% 이상 상승했지만 상승폭만 보면 그리 특이한 수준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다만 인플레를 고려한 실질 기준으로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 불안 요인이라고 설명.

동양종금증권은 유가가 비용 견인형 인플레에 대한 우려를 야기시키며 증시를 압박하고 있지만, 글로벌 인플레의 원인 중 하나인 미국의 정책금리 인하 기조가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인플레 우려가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 전문가들은 시장이 단기적인 출렁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지만 틈새나 대안은 언제나 존재한다면서 소나기를 피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혹자는 실적 호전주를 선취매할 것을 권하고 있고, 혹자는 반사 수혜 기대감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대체 에너지주들을 대안으로 꼽았다. 인플레에 대비해 자산주나 인프라 투자 관련주 등으로 숨으라는 의견도 있었다.

유가가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과거보다는 덜 심각할 것이란 골드만삭스의 분석처럼 유가 상승에 따른 조정 국면이 일시적이고 감내할만한 수준에서 지나가길 기다려 본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