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바이코리아 … 외국인들 증시서 1년만에 순매수 전환
증시에 외국인의 '미니 바이 코리아(buy korea)' 재현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외국인이 이달 들어 점차 주식 매수를 늘리고 있는 데다 주식을 빌려 판 뒤에 시장에서 다시 주식을 매입해 갚는 대차거래 청산을 위해 연내 5조원어치 이상을 사들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주식 매수는 인플레이션 진정과 경기 둔화 우려 해소 여부에 따라 규모와 기간이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8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 15일과 1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각각 3269억원과 4463억원어치를 사들여 이달 들어 총 6811억원의 순매수를 나타내고 있다.

외국인이 월간 기준으로 순매수를 보인 것은 작년 5월 이후 1년 만이다.

이 같은 외국인의 주식 매수는 미국발 경기침체 위기가 한고비를 넘겨 한국 수출기업들의 실적호전이 예상되는 데다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국내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진 때문이다.

홍성국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이 한 해 평균 10조원어치를 사들였던 2000~2004년의 '바이 코리아' 때보다는 순매수 규모와 기간이 짧은 '미니 바이 코리아'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과거 바이 코리아 때는 한국 주가가 워낙 쌌지만 지금은 주가가 상당히 비싸진 사실을 감안하면 이번 외국인 매수는 향후 국내 기업들의 성장성을 낙관하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 들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의 주식 매입은 대차 거래를 청산하기 위한 측면도 강하다.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주식을 빌려 매도한 외국인이 코스피지수가 연중 최고치를 경신함에 따라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쇼트 커버링'(빌려 판 주식을 갚기 위해 되사는 것)에 나서고 있다는 관측이다.

증권예탁결제원에 따르면 대차거래 잔액은 지난 15일 기준으로 27조3296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90% 이상이 외국인 투자 물량으로 추정된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코스피지수가 올해 2000선에 안착할 경우 현재 잔액에서 헤지 용으로 설정한 물량을 제외하더라도 전체 대차거래 잔액 중 5분의 1가량인 5조원어치 이상을 매입해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실제 외국인은 지난 16일 대차거래 잔액이 3조5688억원으로 가장 많은 포스코 주식을 1648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삼성전자에 대해서도 외국인은 메릴린치 크레디트스위스 UBS CLSA 등 4개 외국계 증권사 창구를 통해 2278억원어치를 매수했다.

안승원 UBS증권 영업본부장은 "외국인이 올 들어 대차 거래를 많이 일으킨 정보기술(IT) 자동차 등을 지난주 중반부터 집중 매수하고 있다"며 "이 가운데 상당 물량이 '쇼트 커버링'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장경영/김재후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