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기업들의 KIKO(키코,Knock-In Knock-Out) 거래 손실 고백이 잇따르고 있지만 지금까지보다 앞으로가 더 문제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현재 나타난 손실은 사실상 3월 한 달 동안의 손실에 불과하지만 환율이 하락하지 않으면 이 같은 손실이 연말까지 매달 거듭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유로화를 대상으로 은행과 KIKO 계약을 맺은 업체들의 경우 피해가 달러화 대상일 때보다 훨씬 더 큰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일각에선 환율이 현재 수준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다면 기업들의 총 피해액이 15조원에 이를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기업 손실 갈수록 태산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1분기에 장사를 잘 하고도 적자를 본 기업이 적지 않았다.

IDH는 2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순손실이 181억원에 달했다.

KIKO 등 파생상품 손실이 295억원에 이른 탓이다.

대양금속도 41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통화옵션 손실이 199억원이나 돼 128억원의 적자를 봤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손실이 KIKO의 특성상 2분기엔 더 불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KIKO는 통상 1년 이상으로 계약을 맺되 한 달 단위로 정산하는 구조다.

기준환율을 정해 아래위 20~30원 구간에선 기준환율이나 시장환율로 달러 등을 매도할 수 있어 기업에 이익이다.

그러나 환율이 박스권을 위로 돌파하면 시장환율보다 현저히 낮은 기준환율로 매도하도록 돼 있고 팔게 돼 있는 달러도 계약액의 2~3배로 정해져 있어 상당한 손실을 입게 된다.

KIKO 거래는 지난해 4분기와 올 1분기에 집중됐으며 대체적으로 환율이 960~970원을 웃돌면 기업이 손실을 입게 된다.

또 환율이 오르면 오르는 만큼 손실액은 더 커진다.

기업들은 1분기엔 3월 한 달에만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되지만 4월과 5월의 환율이 3월보다 더 오른 만큼 2분기엔 두 달 연속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한 달치의 손실 규모도 3월에 비해 더 커져 손실액은 눈덩이처럼 불게 된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환율이 유지된다고 가정할 때 2분기와 3분기엔 5조원 이상,4분기에도 3조원가량의 기업 손실을 예상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960~970원 아래로 떨어진다면 약정을 맺은 기업들은 추가 손실을 보지 않게 된다.

또 1000원 근처로만 떨어져도 추가 손실 규모는 줄게 된다.

◆유로화 KIKO는 더 심각

원.유로 환율이 원.달러 환율에 비해 더 큰 폭으로 올라 유로화를 대상으로 KIKO 거래를 한 업체들의 피해는 더 크다.

원.유로 환율은 지난해 10월엔 1310원 수준이었으나 5월 현재 1620원대로 300원 이상 치솟았다.

같은 기간 원.달러 환율 상승폭이 120원인 점을 감안하면 상승폭이 2.5배에 이른다.

실제 270억원대의 통화옵션 손실을 입은 유가증권시장 K사,200억원 안팎의 손해를 본 D사,80억원대의 손실을 낸 코스닥시장 B사 등은 유로화 KIKO 거래로 피해를 본 것으로 금융계는 추정하고 있다.

박준동/조진형/안재광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