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김종갑씨(32)는 요즘 불안에 떨고 있다.

현재 서울 강북에서 전세를 살고 있는 김씨는 지난달 내집마련을 위해 강동구 고덕시영 재건축대상 단지 내 공급면적 42㎡(13평)형을 4억300만원에 샀다.

지하철역(5호선 고덕역)이 가깝고 대지지분(56㎡)이 넓어 재건축 여건이 좋다고 판단해서다.

하지만 강남 송파 강동 등 강남 일대 재건축대상 단지의 가격 하락이 최근 멈출 줄을 모르면서 김씨의 고민이 시작됐다.

김씨는 "더 늦기 전에 다시 팔아야 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털어놨다.

18일 부동산중개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 일대 재건축 단지의 아파트값이 속락을 거듭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전반적으로 매수세가 부진한 가운데 일부 아파트에서는 사겠다고만 하면 현재 급매물 시세보다 더 가격을 낮춰 팔겠다는 매도 희망자도 늘고 있다.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단지의 경우 중대형을 중심으로 한 달 새 최고 1억원 가까이 떨어졌다.

둔촌주공 고층 112.39㎡(34평)형의 경우 지난달 10억500만~10억5000만원 정도에 거래됐지만 이달 들어서는 8억9500만~9억원 선에 매물이 나오고 있다.

고층 102㎡(31평)형도 한 달여 전 8억원 선이던 매매가가 현재 7억5000만원에 급매물이 나온다.

불과 한두 달 만에 5000만~1억원 이상 떨어진 것이다.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도 최근 한 달 동안에만 4000만~5000만원이 떨어졌다.

인근 A공인 관계자는 "급매물로 나온 가격에서도 추가로 3000만~4000만원은 더 깎아줘야 간신히 거래될 정도"라며 "최근 호가도 매주 1000만~2000만원씩 하락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내림세는 같은 강남권 중에서도 특히 송파와 강동 일대에서 두드러진 모습이다.

올 하반기 송파구 잠실 일대에서만 잠실주공 1~3단지 등을 비롯해 2만2000여가구의 새 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1가구 2주택 중과세를 회피하기 위한 급매물까지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가락시영 재건축 단지의 조합원 분담금이 최근 예상보다 높게 확정되면서 재건축 자체에 대한 실망매물까지 겹쳐 하락폭을 키웠다.

한 예로 둔촌주공 112㎡형을 10년간 보유한 사람이 이를 9억원에 팔 경우 잠실 아파트 입주 전 1가구 1주택일 때는 양도소득세를 2000만~3000만원만 내면 되지만 잠실 입주 후 2주택자가 되면 양도세 중과(50%)로 인해 내야 할 세금이 2억~2억5000만원으로 10배나 많아진다.

가락시영의 경우 예상보다 높게 결정된 조합원 분담금으로 인해 재건축에 대한 투자 매력이 크게 떨어졌다.

현 시세에다 조합원 분담금 및 각종 개발부담금 등을 합칠 경우 인근 비슷한 규모의 아파트 시세보다 오히려 비싼 곳도 있었다.

송파구 가락동 B공인 관계자는 "재건축 투자가치가 거의 없는 것으로 분석되면서 매수세가 완전히 실종됐다"며 "재건축이 제대로 추진될지 여부도 불투명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