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분양한 서울 은평뉴타운은 최고 52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평균 경쟁률도 전용면적 85㎡ 초과 중대형 아파트가 11 대 1을 기록했고 85㎡ 이하는 5 대 1을 넘었다.

서울 강남권에서도 미분양 사태가 벌어질 만큼 분양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상황에서 나타난 선전이어서 '군계일학'이란 평가를 받았다.

은평뉴타운이 인기를 끈 것은 무엇보다 저렴한 분양가다.

은평뉴타운 분양가는 3.3㎡(1평)당 939만~1348만원에 책정됐다.

SH공사는 고분양가 논란의 후폭풍으로 분양가를 두 차례나 내렸다.

2006년 9월 분양가를 10% 내렸고 입주자모집 직전에도 분양가상한제에 따른 건축비 계산 잘못으로 2.3%를 추가로 인하한 것.은평구 안에서 인지도가 가장 높은 북한산힐스테이트가 은평뉴타운 분양 무렵 3.3㎡당 1500만~1700만원대에 호가했던 점을 감안하면 은평뉴타운의 가격 메리트가 돋보일 수밖에 없다.

전매제한(3~5년)이 있지만 일단 당첨만 되면 1억원 이상 시세차익이 보장됐던 터라 '로또'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았다.

청약가점제 도입 이후 사상 처음으로 만점자(84점)가 나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무주택 기간 15년 이상(32점),부양가족 수 6명 이상(35점),청약통장 가입 기간 15년 이상(17점)이어야 받을 수 있는 점수다.

A공구 2블록 135.19㎡형의 경우 평균 청약가점이 76점에 이르렀다.

현재 은평뉴타운의 프리미엄(웃돈)은 위치와 주택크기에 따라 7000만원에서 1억5000만원까지 붙어 있다.

불광동 S공인 관계자는 "3억3000만~3억7000만원 정도에 공급된 전용 85㎡ 이하 아파트(공급면적 30평대)의 웃돈이 1억2000만~1억5000만원 정도 붙어있다고 보면 된다"며 "지하철역에서 떨어진 단지나 저층 아파트는 프리미엄이 1억원이하로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분양가가 6억8000만원였던 전용 134㎡형의 프리미엄은 1억원 안팎으로 형성됐다.

중대형 수요가 많지 않은 까닭이다.

이 같은 시세는 북한산힐스테이트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힐스테이트는 전용 85㎡형(33평형)이 5억3000만원부터 매물이 나와있어 은평뉴타운보다 5000만원 정도 높다.

은평뉴타운보다 서울 중심부에서 가깝고 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입주권 상태로 있는 힐스테이트 2단지(7월 입주)와 3단지(2010년 입주)도 5억3000만~5억8000만원을 호가한다.

은평뉴타운 아파트 웃돈은 최근 들어 조금씩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아파트를 사려는 대기수요가 상당한 것이 사실이지만 수 천 가구가 한꺼번에 쏟아져 매물부담이 큰 탓이다.

인근 B공인 관계자는 "우리 업소만 해도 20~30명이 정상적인 거래를 할 수 있을 때 사겠다면서 좋은 물건을 알아봐 달라고 부탁해 왔을 정도로 수요자들의 관심이 많다"면서도 "매물공급이 수요를 크게 초과할 것으로 예상돼 당분간 약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귀띔했다.

전세는 전용 85㎡ 이하가 1억8000만~2억원에 매물로 나온다.

지하철역에서 많이 떨어진 6단지에서는 1억6000만원에도 구할 수 있다.

135㎡형 전세매물은 2억3000만~2억5000만원 선이다.

입주를 앞둔 여타 대단지 아파트처럼 전세 물량은 충분하다.

일선 중개업자들은 "전셋값이 싸기 때문에 임차인들은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지만 투자용으로 전세를 끼고 사는 것은 조금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매제한이 없는 원주민 입주물량 3338가구는 내달 이후에 거래가 가능하다.

이달까지는 매매가 금지돼 있지만 미리부터 매도의사를 밝힌 원주민이 꽤 많다.

현지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매물이 없다면서도 업소에 방문하면 거래를 주선해 줄 수 있다고 부추기는 상황이다.

하지만 불법거래를 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부과되는 만큼 미리 사둘 욕심에 섣불리 덤볐다가는 곤란하다.

전문가들은 은평뉴타운을 투자용으로 생각하고 매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유앤알컨설팅 박상언 사장은 "순차적으로 공급되는 대규모 아파트는 통상 처음에 나오는 단지의 분양가가 싸기 때문에 먼저 아파트를 사두면 자연스럽게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은평뉴타운은 사정이 다르다"고 말했다.

은평뉴타운은 2·3지구도 1지구와 마찬가지로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아 분양가 차이가 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녹지율이 42%로 높고 '미니 신도시'급으로 개발돼 생활환경이 크게 개선될 예정인 만큼 실거주자 입장에서는 괜찮다는 평가를 받았다.

앞으로 공급될 2·3단지에 청약하는 것도 여전히 유망하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14 김규정 차장은 "은평뉴타운이 송파신도시나 광교신도시보다는 입지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분양가와 시세를 감안하면 관심을 둘 만하다"고 조언했다.

김 차장은 "다만 은평뉴타운은 후분양제 아파트로 분양대금을 6개월 안에 마련해야 하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1지구에서는 아파트값을 구하지 못해 당첨되고도 계약을 포기한 사람이 137명에 달한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