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과 함께하는 알기쉬운 경제] 재정 건전성 : 재정악화 없는 경기부양 해법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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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과 함께하는 알기쉬운 경제] 재정악화 없는 경기부양 해법 없을까
정부의 재정 건전성과 관련해 중시되는 개념이 '재정 여력(fiscal space)'이다.
재정 여력이란 정부의 재정 건전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추가로 재정 지출을 늘릴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이 같은 개념이 중시되는 이유는 대다수 선진국들이 정부의 재정 건전성 악화라는 문제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에선 경기 부양이나 사회안전망 확충은 물론 선거에서 더 많은 표를 얻기 위해 재정지출 확대를 약속하면서 정부가 돈 쓸 곳은 점점 늘어나는 데 반해 저출산과 고령화 저성장 등으로 인해 세수 기반은 점점 줄어드는 경우가 많다.
자연히 시간이 갈수록 재정 건전성이 위협받게 된다.
최근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경기 침체에 빠진 미국 정부가 대규모 세금 환급을 실시한 것도 경기 부양에는 다소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정부의 재정 건전성 측면에선 가뜩이나 안 좋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아직까지는 재정 건전성에 큰 이상이 없는 상태다.
단적인 예로 통합재정 수지는 최근 수년간 계속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요즘 들어서는 우리나라의 재정 건전성에 대해서도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는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선진국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저출산과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하는 젊은 층은 줄어드는데 노인 인구가 늘어나면 세입은 줄고 정부 지출은 늘어나게 된다.
여기에다 최근 수년간 잠재 성장률이 떨어지면서 저성장 구조가 고착화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새 정부가 감세를 핵심 정책으로 추진하는 점도 한 요인이 될 수 있다.
가령 법인세 인하의 경우 외국기업 유치와 기업의 투자 확대 등을 위해 필요한 측면이 있지만 한편으론 재정 건전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경기 부양도 재정 측면에선 악재가 될 수 있다.
외국에도 이런 사례가 있다.
일본이 고질적 재정 악화에 빠진 것은 1990년대 초 부동산 거품 붕괴 당시 잘못된 경기부양 정책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
당시 일본의 경기 침체는 나중에 '잃어버린 10년'으로 불릴 정도로 길고 긴 경기 침체였다.
하지만 버블 붕괴 초창기에 일본 정부는 상황을 오판했다.
거품 붕괴에 따른 장기적인 경기 침체를 일시적 현상으로 잘못 진단하고 재정 지출을 통해 섣불리 경기 부양을 시도한 것이다.
그 결과 경기 회복에는 실패했고 재정 수지만 악화됐을 뿐이다.
상당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은 이미 1970년대 중반 제1차 오일 쇼크 때 비슷한 경험을 했다.
당시 많은 회원국들이 잠재 성장률이 급락하는 구조 변화를 겪었지만 이를 일시적인 경기 둔화로 해석하고 성급하게 확장적 재정 정책을 폈다.
결론은 1990년대 일본과 마찬가지로 재정 수지만 악화됐을 뿐 경기 회복은 지지부진했다는 것이다.
재정 수지가 한 번 악화되면 영영 그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부채의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재정 수지가 악화된 상황에서 정부가 지출을 늘리려면 국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채는 정부의 빚이다.
정부 수입이 생기면 상당 부분은 빚 갚는 데 써야 한다.
이는 다시 재정 수지를 압박하게 된다는 것이다.
재정 건전성이 악화되는 것을 막고 재정 여력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우선 재정 지출의 효율성을 높이고 방만한 재정 운용을 막는 것을 꼽을 수 있다.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면 그만큼 정부의 주머니 사정이 넉넉해진다.
다른 한편으론 세수 기반을 넓혀야 한다.
예컨대 월급쟁이들은 '유리알 지갑'이라 불릴 정도로 세금을 꼬박꼬박 내지만 상당수 자영업자들은 세금을 피해 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 같은 '세금 구멍'만 잘 메워도 세수 기반을 상당히 넓힐 수 있다.
조세 제도를 바꿀 때는 신중해야 한다.
세금은 한 번 내리면 다시 올리기가 어렵다.
따라서 감세 정책을 펼 때는 세입의 대폭적인 감소로 이어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자칫 세금을 깎아 주는 데만 신경 쓰다 보면 정부 재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감세 정책을 펼 때도 '무조건 내리고 보자'는 식보다는 장기적인 세원 확대로 이어질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는 것을 대안으로 고려해 볼 만하다.
구체적으로 미래 투자로 연결되는 이익금에 대해 세금을 면제하거나 연구개발(R&D) 투자와 인적자본 축적에 대한 세금을 감면하는 것을 꼽을 수 있다.
박성욱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 과장
재정 여력이란 정부의 재정 건전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추가로 재정 지출을 늘릴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이 같은 개념이 중시되는 이유는 대다수 선진국들이 정부의 재정 건전성 악화라는 문제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에선 경기 부양이나 사회안전망 확충은 물론 선거에서 더 많은 표를 얻기 위해 재정지출 확대를 약속하면서 정부가 돈 쓸 곳은 점점 늘어나는 데 반해 저출산과 고령화 저성장 등으로 인해 세수 기반은 점점 줄어드는 경우가 많다.
자연히 시간이 갈수록 재정 건전성이 위협받게 된다.
최근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경기 침체에 빠진 미국 정부가 대규모 세금 환급을 실시한 것도 경기 부양에는 다소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정부의 재정 건전성 측면에선 가뜩이나 안 좋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아직까지는 재정 건전성에 큰 이상이 없는 상태다.
단적인 예로 통합재정 수지는 최근 수년간 계속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요즘 들어서는 우리나라의 재정 건전성에 대해서도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는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선진국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저출산과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하는 젊은 층은 줄어드는데 노인 인구가 늘어나면 세입은 줄고 정부 지출은 늘어나게 된다.
여기에다 최근 수년간 잠재 성장률이 떨어지면서 저성장 구조가 고착화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새 정부가 감세를 핵심 정책으로 추진하는 점도 한 요인이 될 수 있다.
가령 법인세 인하의 경우 외국기업 유치와 기업의 투자 확대 등을 위해 필요한 측면이 있지만 한편으론 재정 건전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경기 부양도 재정 측면에선 악재가 될 수 있다.
외국에도 이런 사례가 있다.
일본이 고질적 재정 악화에 빠진 것은 1990년대 초 부동산 거품 붕괴 당시 잘못된 경기부양 정책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
당시 일본의 경기 침체는 나중에 '잃어버린 10년'으로 불릴 정도로 길고 긴 경기 침체였다.
하지만 버블 붕괴 초창기에 일본 정부는 상황을 오판했다.
거품 붕괴에 따른 장기적인 경기 침체를 일시적 현상으로 잘못 진단하고 재정 지출을 통해 섣불리 경기 부양을 시도한 것이다.
그 결과 경기 회복에는 실패했고 재정 수지만 악화됐을 뿐이다.
상당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은 이미 1970년대 중반 제1차 오일 쇼크 때 비슷한 경험을 했다.
당시 많은 회원국들이 잠재 성장률이 급락하는 구조 변화를 겪었지만 이를 일시적인 경기 둔화로 해석하고 성급하게 확장적 재정 정책을 폈다.
결론은 1990년대 일본과 마찬가지로 재정 수지만 악화됐을 뿐 경기 회복은 지지부진했다는 것이다.
재정 수지가 한 번 악화되면 영영 그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부채의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재정 수지가 악화된 상황에서 정부가 지출을 늘리려면 국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채는 정부의 빚이다.
정부 수입이 생기면 상당 부분은 빚 갚는 데 써야 한다.
이는 다시 재정 수지를 압박하게 된다는 것이다.
재정 건전성이 악화되는 것을 막고 재정 여력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우선 재정 지출의 효율성을 높이고 방만한 재정 운용을 막는 것을 꼽을 수 있다.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면 그만큼 정부의 주머니 사정이 넉넉해진다.
다른 한편으론 세수 기반을 넓혀야 한다.
예컨대 월급쟁이들은 '유리알 지갑'이라 불릴 정도로 세금을 꼬박꼬박 내지만 상당수 자영업자들은 세금을 피해 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 같은 '세금 구멍'만 잘 메워도 세수 기반을 상당히 넓힐 수 있다.
조세 제도를 바꿀 때는 신중해야 한다.
세금은 한 번 내리면 다시 올리기가 어렵다.
따라서 감세 정책을 펼 때는 세입의 대폭적인 감소로 이어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자칫 세금을 깎아 주는 데만 신경 쓰다 보면 정부 재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감세 정책을 펼 때도 '무조건 내리고 보자'는 식보다는 장기적인 세원 확대로 이어질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는 것을 대안으로 고려해 볼 만하다.
구체적으로 미래 투자로 연결되는 이익금에 대해 세금을 면제하거나 연구개발(R&D) 투자와 인적자본 축적에 대한 세금을 감면하는 것을 꼽을 수 있다.
박성욱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 과장